한국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신한자산운용 ‘SOL AI 반도체소부장 ETF(상장지수펀드)’의 순자산은 지난 10일 1조원을 돌파했다. 이 ETF의 순자산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4600억원 수준이었다. 두 달 만에 2.1배로 불어난 셈이다. 국내 반도체 핵심 종목에 투자하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반도체’ ETF도 지난 1월 27일 순자산 1조원을 달성했다.
◇순자산 ‘1조원 클럽’ 80개 눈앞
최근 한국 증시에서 순자산 1조원이 넘는 ETF가 잇따라 등장하는 추세다. 12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ETF 가운데 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ETF는 지난 10일 기준 78개다. 지난해 말 66개에서 두 달여 만에 12개가 ‘1조원 클럽’에 합류했다. 순자산 5000억원이 넘는 ETF도 지난해 말 125개에서 147개로 늘어났다.
전체 ETF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TF의 순자산 총액(AUM)은 지난달 기준 387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중반 200조원 돌파 이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초 3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연평균 30%씩 성장했다.
◇코스닥 자금 수혈도 활발
코스피에 집중됐던 투자가 코스닥으로 확대되는 등 자금 이동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국내 최초로 코스닥 액티브 ETF가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날 상장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스닥액티브’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코스닥액티브’는 코스닥 전체 종목을 포괄하는 ‘KRX 코스닥 지수’를 비교 지수로 삼는다. 지난 10~11일 이틀 동안 개인 투자자는 ‘KoAct 코스닥액티브’와 ‘TIME코스닥액티브’를 각각 6253억원, 3482억원 순매수했다.
기존 코스닥 ETF는 대부분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들이라 150개 종목에만 투자가 집중됐다. 하지만 코스닥 액티브 ETF는 코스닥 전 종목에 투자가 가능한 데다 비중을 재량껏 조율할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코스닥 150 지수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소형주들 입장에서는 ETF 수급의 영향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생기는 셈”이라며 “상위 150종목에 집중됐던 정부 정책의 수혜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출렁이는 증시에 ETF 괴리율 초과 급증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최근 이란 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가격 왜곡을 뜻하는 ‘괴리율’ 초과도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발생한 ETF 괴리율 초과 공시 건수는 421건에 달했다. 지난달 전체 초과 공시 건수(372건)를 여섯 거래일 만에 넘어선 셈이다. 지난해 12월(195건)과 비교하면 2.1배 수준이다. 괴리율은 ETF 시장가격과 정규시장 거래시간 종료 시점에 산출한 순자산가치의 차이를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ETF 가격이 실제 자산 가치보다 높게 형성됐다는 뜻이다. 국내 자산 ETF의 괴리율 공시는 1%를 초과하면 이뤄지는데, 최근 증시가 출렁이면서 ETF 시장에서 1%를 웃도는 가격 왜곡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괴리율은 ETF 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는 가격 왜곡 정도가 커져 주의가 필요하다”며 “괴리율이 높아질 때 추격 매수를 할 경우 지수 상승분보다 적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