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31)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사팔사팔(사고팔고)’했다. 이씨는 “삼성전자를 15만원에 샀다가 며칠 만에 17만원까지 오르길래 팔았는데, 20만원까지 치솟는 걸 보고 다시 들어갔다”며 “당시 ‘30만전자’는 쉽게 간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지난주 17만원대까지 무섭게 빠지는 걸 보고 싹 정리했다”고 했다.
코스피가 이달 들어 하루 5% 이상 급등락하는 날이 크게 늘자, 단타(단기 투자) 거래에 빠진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달 주식 손바뀜을 뜻하는 회전율은 1월의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달 들어 개인은 코스피에서 14조원 가까이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며 ‘사자’를 주도하고 있다. 코스피의 개인 거래 비율은 44.8%에 달한다. 그런 만큼 증시 안팎에서는 ‘전 국민 단타 대회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손바뀜이 강해지면서 그만큼 증시의 출렁임이 증폭된다는 시각도 있다.
◇주식 회전율 2배 급증
코스피는 9일 5.96% 급락했다가, 10일엔 5.35% 급등했다. 11일에는 1.40% 오른 5609.95에 거래를 마치면서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하지만 최근 주식을 사고파는 ‘손바뀜’은 급증하는 추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코스피의 하루 평균 주식 회전율은 2.01%로 집계됐다. 지난 1월 0.86%의 2.3배, 2월 1.65%의 1.2배다. 상장 주식 회전율은 일정 기간 동안의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매매(손바뀜)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코스피가 12.06% 급락했던 4일에는 사상 최초로 코스피 거래 대금이 100조원을 넘기며 108조 29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코스피의 하루 회전율은 대부분 1%를 밑돌았는데, 확 높아졌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61.3%에 달하는 코스닥의 하루 평균 회전율인 2.06%의 턱밑까지 좇아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 만에 (수익률) 15% 먹고 뺐다” “전날 밤 유가가 급등하길래 아침에 손절했다”는 등 관련 글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못 피한 ‘손바뀜’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역대급 손바뀜을 겪었다.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회전율은 지난해 3월 0.35%에서 지난 3월 0.85%까지 2.4배로 늘었다. 특히 주가가 전날 대비 11.7% 폭락한 지난 4일 회전율은 1.51%에 달했다.
이달 코스피에서 하루 회전율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한국ANKOR유전(296.45%), 한국석유(136.31%), 고려산업(107.02%) 등이었다. 이란 전쟁으로 석유 제품·해운 등 ‘테마주’를 노린 투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코스피가 올해 사상 처음 6300선을 돌파하는 등 단기간 급등했지만, 이 기간 증시 상승률만큼 수익을 못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커졌다”며 “이에 이번 급락장에서 크게 ‘베팅’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번졌다”고 했다.
실제로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빠르게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일 32조8000억원에서 5일 33조6945억원까지 늘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초단기 레버리지 자금인 미수 거래 규모도 3일 1조600억원에서 5일 2조1487억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재편돼야 개인들의 강한 손바뀜으로 시장이 출렁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대안을 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