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주식을 사고파는 ‘손바뀜’이 급증했다. 코스피가 하루에 12% 폭락했다가 다음 날 9% 넘게 반등하는 등 어지러운 장세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단타(단기 투자) 매매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널뛰기 장세에 개미들은 ‘사팔사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31)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사팔사팔(사고팔고)’했다. 이씨는 “지난달 삼성전자를 15만원에 샀다가 며칠 만에 17만원까지 오르길래 팔았는데, 20만원까지 치솟는 걸 보고 다시 들어갔다”며 “당시만 해도 ‘30만 전자’는 쉽게 간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지난주 17만원대까지 무섭게 빠지는 걸 보고 싹 팔았다”고 했다.
이씨만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 만에 15% 먹고 뺐다” “유가 급등하길래 손절했다”는 등 단타 대응에 나선 투자자들의 증언이 적잖다. 한국 대표 우량주인 삼성전자조차 하루에 11% 넘게 널뛰는 역대급 변동성에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가 잦아졌다는 평가다.
◇주식 회전율 2배 급증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증시 거래일(지난 3~10일)의 일평균 상장 주식 회전율은 2.01%로 집계됐다. 지난 1월 0.86%의 2.3배, 2월 1.65%의 1.2배 수준이다. 특히 이달 들어 코스피가 12% 폭락한 지난 4일(2.58%)과 9% 넘게 폭등한 5일(2.60%) 회전율이 가장 높았다.
상장 주식 회전율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스피의 일평균 회전율은 0.3~1.0%에 그쳤는데, 올해 2~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최근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차익 실현 또는 위험 회피를 위한 손바뀜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출렁이는 증시에 늘어난 ‘탐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시의 변동성에 올라타 단기에 큰 수익을 올리려는 탐욕이 부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 6300선을 돌파하는 등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이 기간 증시 상승률만큼 수익을 못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커졌다”며 “이에 이번 급락장에서 크게 ‘베팅’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번졌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지금 주식시장 단위의 레버리지 판이 펼쳐지고 있는 시기”라며 “오늘 폭등하더라도 내일은 또 조정을 받고, 다음 날에는 또 급등할 수 있는 역대급 변동성 장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주식 매매를 위한 대기 자금은 급증하는 추세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7일 118조원에서 이란 전쟁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129조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4일에는 132조682억원까지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의미하는 신용융자 잔고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4일 33조1977억원, 5일 33조6945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