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아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경제 분석가 짐 비앙코는 지난 4일 극심한 변동성을 겪는 한국 증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중동발(發) 지정학적 긴장 등 대외 악재가 맞물리며 하루 새 지수가 10% 이상 폭락해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가, 이튿날 10% 안팎으로 급반등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후 일주일간 10.56% 하락해 전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만드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이기자의 취재수첩’에 출연한 메릴린치 한국 대표, JP모건 홍콩 아시아태평양본부 부사장 등을 지낸 이남우 연세대 교수는 “전쟁이 시작되면 주가가 급락하지만, 결국 다시 상승한다”며 “너무 패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 주식을 파는 건 절대 안 된다”며 “오히려 저점 매수의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종목보다는 시장 전체를 사는 전략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으로 국내 증시가 많이 하락한 이유는 그동안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며 “전쟁을 핑계 삼아 이익 실현을 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전쟁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전쟁이 시작될 땐 주가가 급락하지만, 결국은 다시 상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금융 자문사 카슨그룹이 지난 86년간 주요 사건 43건 이후 미 S&P500 지수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1년 후 평균 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금융 자문사 더 모틀리 풀은 “현재 미 주식시장은 역사적으로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며 “그러나 주요 지정학적 사건들이 미국 경제나 주식 시장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이란 공습 전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도하기 시작한 것도 “헤지펀드들이 리스크 관리 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들이 리스크를 줄일 때는 롱(long·매수 및 보유)으로 들고 있던 주식을 팔거나 공매도해서 익스포저(노출)를 줄입니다. 최근 며칠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대해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대형 펀드들의 개별 종목 리밋(limit·제한 폭)은 10% 정도인데, 최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이 10%를 훌쩍 넘으니 덜어내려는 매물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들이 급하게 팔아야 하는 물량은 다 나왔다고 분석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공습이 발생하면 미국 공포 지수는 상승하고,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한다. 안전 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공습 후 미국의 국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 투자은행 BNY멜론은 “미국 국채 수익률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상승한 것은 안전 자산으로서 매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도 “아직 달러는 안전 자산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강세를 나타내지만, 국채는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 공습으로 유가·천연가스 가격이 꿈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자극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 오일 쇼크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오리온의 팀 홀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월가에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논의가 나와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1970년대 오일 쇼크 등과 비교하면 지금까지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1970~80년대보다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가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다. 실제 이란의 석유 공급 물량은 전 세계 공급 물량의 3% 정도”라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2일 뉴스레터에 “미국과 이란 간 분쟁이 1970년대 오일 쇼크 때만큼의 충격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중동발(發) 충격에 1970년대보다 덜 취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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