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한국 시장 금리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전반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데, 정부는 통상 고(高)금리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고유가·고물가에 이어 고금리에 대한 충격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 중인 9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97.7원으로 전날보다 2.3원 올랐다./연합뉴스

◇100달러 돌파한 유가

미 CNBC에 따르면 8일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일제히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16.19% 오른 배럴당 107.70달러, WTI는 18.98% 상승해 배럴당 108.15달러에 거래됐다. 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충격이 벌어진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란 전쟁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데다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단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가가 치솟은 결과다.

높은 유가는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생산·운송 등 각종 경제활동 비용이 높아지는데, 이런 비용이 최종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면서다. 현 상황도 중동 사태 악화로 고유가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최근 글로벌 유가가 10% 오른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0.4%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이진영

◇금리 상승, 증시에도 악재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또다시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통상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식으로 유동성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17%포인트 급등한 3.397%를 기록했다. 10년물도 0.11%포인트 오른 3.730%에 달했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논리가 채권시장에서 반영된 셈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고채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100달러 돌파 소식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시장이 선반영하는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상이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국내 주가는 이미 이란 전쟁 장기화와 확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또는 교역량) 차질 우려, 기준금리 인상 우려까지 반영했다”면서도 “남아 있는 불안감은 국제 유가와 시중금리의 추가적인 상승 우려”라고 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을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더 올라 증시의 향방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