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여파로 국내 증시가 사흘간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하루 사이 지수가 10% 가까이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시장이 아니라 코인판 같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라며 낙폭이 컸던 성장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코스피 변동성지수 역대급 수준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 지수는 73.71로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했던 지난 4일에는 장중에는 VKOSPI 지수가 80.37까지 치솟았다.
최근 VKOSPI는 3년 내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으며, 이는 2008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 역사상 7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을 당시에도 VKOSPI는 40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변동성 확대 속도가 매우 가파른 셈이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촉발된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 지난 사흘 간 코스피가 하루 사이 두 자릿수 가까이 등락하는 극단적인 변동 장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쟁 이후 처음 개장했던 지난 3일 코스피는 7.24% 하락했고, 이튿날인 4일에는 낙폭이 더 커지며 12.06%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전날인 5일에는 9.63% 급등하며 단기간에 방향을 뒤집는 등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주식이 아니라 코인판”…투자자 불안 확산
지수가 하루 사이 두 자릿수로 움직이는 장세가 이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식 움직임이 코인판과 다를 게 없다”, “한 나라의 대표 지수가 하루에 10%씩 오르고 빠지는 게 말이 되냐”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 씨는 “그동안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었는데 이번 달은 한 번 건너뛸까 고민 중”이라며 “시장 상황이 너무 불안해서 지금은 들어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커진 장세 속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레버리지로, 총 8777억원을 사들였다. 2위 역시 코스닥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가 차지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이 절반을 차지하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공격적인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펀더멘털은 견고…낙폭 큰 성장주 주목”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격한 지수 변동이 단기적인 지정학적 충격에 따른 것일 뿐,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크게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현재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지는 체계적 위험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지수의 하락은 이미 평균적인 조정 수준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성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낙폭이 컸던 고베타 기업부터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국내 주식시장 펀더멘털과 유동성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라며 “변동성이 확대된 구간에서는 시장 내러티브에 휘둘리기보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으로 설명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