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이 ‘중동 사태’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터질 때마다 폭락했던 과거와 달리 가격 방어에 선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 특성상 전쟁 소식에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등 변동성은 크다.
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7만100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5일 6만2000달러까지 밀려났던 가격이 13%가량 오른 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인 지난달 27일 6만6000달러와 비교해도 7% 넘게 상승했다. 지난 5일 오전에는 7만4000달러까지 치솟는 등 전일 대비 7.8%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저점 인식에 기관 자금 유입
비트코인의 상대적 강세는 가격이 저점 부근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12만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은 지난 1월 반 토막 수준인 6만달러까지 빠졌고, 6만~7만달러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최근 7만달러 위로 돌파하는 시도들이 계속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기관 자금 유입도 포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3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약 6억8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견실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고점 대비 50%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ETF발 자금 유입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기관과 장기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뜻이다.
◇전쟁서 빛난 ‘자본 이동 수단’
이번 중동 사태에서 암호화폐가 효과적인 ‘자본 이동 수단’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48시간 동안 이란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출금 규모가 평소 대비 700% 급증했다. 사용자들이 암호화폐를 해외 거래소나 자가 보관 지갑으로 이동한 것이다. 또 다른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인널리시스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이란 내 거래소에서 약 1030만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얀 반에크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는 이란 사태로 인해 은행 밖으로 자금을 옮기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며 “UAE와 두바이 등 암호화폐 친화적 지역으로 자금을 전달하고자 할 때 노후한 이란 은행 시스템보다는 가상 자산 결제망을 활용하려는 유인이 커진다”고 했다.
◇“비트코인, 안전 자산 될 수 없어”
비트코인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가격 반등에 성공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양자 컴퓨팅에 대한 보안 취약성도 있다”며 “금은 오직 하나뿐”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대안적인 안전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디지털 금’ 논리에 선을 그은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동 사태가 길어질 경우 유가 급등, 금리 인하 지연 등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에 접어들 수 있단 경고도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