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과 4일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여파로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한 가운데, 대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의 주가 방어가 더 잘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상적인 ‘리스크 오프’ 국면에서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가 더 큰 낙폭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조정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반대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대형주 -18.6%…소형주보다 낙폭 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과 4일 양일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100위 기업을 편입한 코스피 대형주 지수 하락률은 -18.68%에 달했다. 반면 코스피 중형주 지수는 -17%, 코스피 소형주 지수 하락률은 -13.54%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전체 하락률이 -18.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형주가 지수 대비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코스닥 중형주 지수 하락률이 -18.84%로 가장 컸고, 코스닥 대형주 지수도 -18.67%를 기록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코스닥 소형주 지수 하락률은 -14.43%로 세 그룹 가운데 가장 낮아 상대적으로 낙폭이 제한됐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봐도 대형주 중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이틀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약 7조원 줄어들었는데, 이 가운데 약 2조2000억원이 시총 상위 5개 대형주에서만 증발했다. 이에 따라 이들 상위 종목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장 직전인 지난달 27일 28.7%에서 4일 기준 27.8%로 소폭 축소됐다.
◇외국인 매도 집중된 대형주
이 같은 현상은 외국인 수급이 대형주에 집중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4조937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3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가 1조742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현대차(-3866억원), 카카오(-162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98억원) 등 외국인 매도 상위권에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대거 포함됐다.
특히 이들 종목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아 글로벌 자금 이탈시 낙폭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49.97%에 달하고, SK하이닉스는 절반 이상인 53.79%가 외국인 투자자다.
최근 상승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등 대형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높은 대형주부터 매도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인 리스크 오프 국면에서는 중소형주가 먼저 무너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매도가 집중됐다”며 “실제 수급 흐름을 보면 외국인 매도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몰리면서 대형주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