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금 이미지./이미지=챗GPT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주식 외 자산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또 한번 급락한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은 급등하며 자산군 간 디커플링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거시경제 충격 국면에서 금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상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 6만3000달러까지 내려와

24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2.78% 하락한 6만4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는 장중 한때 6만3000달러선까지 밀려나며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6만2000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는데, 이번에도 그에 근접한 수준까지 재차 급락한 것이다.

가상 자산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또한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9시 10분 기준 이더리움은 3.61% 하락한 1859.43에 거래되고 있다. 리플(-0.6%), 솔라나(-4.12%) 등 주요 가상 자산 전반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플랜 B’가 꼽힌다. 대법원이 기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새로운 ‘글로벌 관세’ 방침을 밝히며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법부 판단 이후에도 물러서지 않는 이 같은 ‘관세 고집’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에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변동성이 큰 자산부터 매물이 쏟아지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기업 BTSE의 제프 메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이 시장의 추가 하락을 예견한 투자자들의 투매를 유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금·은 급등…달러 약세에 안전자산 선호 강화

반면 금과 은은 트럼프 관세 여파에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5157.1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97% 상승했다. 은 선물 가격도 7% 넘게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판결로 달러 약세가 촉발되면서 금값이 탄력을 받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국채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금으로 자금이 쏠리게 만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도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톤당 1만3000달러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올랐다. 관세 판결로 중국에 적용되던 미국의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제조업 경기 회복과 산업용 금속 수요 증가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비트코인 ‘디지털 금’ 위상 흔들리나

업계에서는 최근 비트코인과 금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두 자산의 가격 흐름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6개월간 비트코인 가격은 40% 넘게 하락한 반면, 금 가격은 50% 이상 상승하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마리온 라부레 도이치뱅크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더 이상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속적인 매도 흐름은 전통적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잃고 있으며,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