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능 공부보다 투자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요. 수능보다 인생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는 게 투자라고 생각했거든요. 직장에서 쓰는 시간보다 투자의 노력을 덜 쏟으면서 직장에서보다 돈을 더 벌고 싶어 하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해요.”
23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만드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머니가 만난 사람’에는 비트코인 투자 등으로 20대에 35억원을 벌어 ‘파이어족(조기 은퇴족)’이 된 한정수(35) 연두컴퍼니 대표가 출연했다.
한 대표는 2014년 군 제대 직후 고려대 경영학과 대학생 시절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첫 매수 종목은 문구 회사 모나미. “내가 아는 회사니까”라는 단순한 이유였다. 이후 네이버 등 귀에 익은 기업들을 공부해가며 매수했고, 대학생 수준에서는 ‘귀여운 수익’을 거뒀다.
투자자로서의 전환점은 2018년이었다. 신한카드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또래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그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다가 생각이 달라졌다. “이 속도로 모아서는 제가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없겠더라고요. 인생을 바꾸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사업은 겸직 문제로 쉽지 않았고, 결혼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남은 선택지는 투자였다. 그는 “수능보다 인생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는 게 투자”라고 판단했다. 신입 사원 시절 그는 1년에 100권씩 책을 읽고, 주요 언론 기사를 거의 매일 챙겨 봤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면, 투자는 단순한 숫자 놀이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자산을 크게 불려준 것은 비트코인이다. 그는 “비트코인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2018년부터 하나둘 사기 시작했다. 그의 투자 인생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18~2019년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2년간 수익률은 -70%까지 떨어졌다. 당시 2000만원까지 올랐다가 2019년 300만~400만원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닥쳤다. 코로나는 그에게 다른 의미였다. 그는 이를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로 해석했다. 영화 ‘빅 쇼트’ 속 2008년 금융 위기 장면을 떠올리며, 위기 국면에서의 과감한 베팅을 결심했다.
“레버리지(대출을 지렛대 삼아 투자)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30개 정도 모았어요. 코로나 시기 자산 가치가 워낙 저평가돼 있었고, 무제한 양적 완화를 시작해 달러 가치가 앞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종의 화폐에 대한 역베팅이었죠.”
한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국내 코인 거래소 빗썸의 오지급 사고는 “투자자라면 익숙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코인 거래소 이슈는 거의 매년 터져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거래소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은 코인을 처음 한 사람”이라며 “오지급 이슈는 과거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공매도 사건처럼 코인 거래소만의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 대표가 강조하는 비트코인의 본질은 ‘탈중앙화’다. 정부나 은행 같은 중앙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 개인이 자산을 직접 보관·이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0억이든 1000억이든,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데 본질적 차이가 없습니다. 수수료도 거의 동일하죠.”
그는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위조 우려도 적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위조하려면 장부를 조작해야 하는데, 그런 연산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트코인 조작보다 채굴이 더 경제적인 구조”라고 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주도로 시작된 스테이블 코인 열풍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고 했다. 그는 금과 비교해 비트코인은 “좋은 것밖에 없다”며 “금은 무겁고 보관·운송 비용이 들지만, 비트코인은 국경의 제약이 없고 이동 비용이 사실상 동일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비트코인을 “가장 간결한 코드로 구현된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과 디앱(DApp)이 돌아가는 일종의 운영체제에 가깝다고 본다. 그는 “비트코인은 P2P 캐시 시스템이라는 원래 목적에 충실하고, 이더리움은 그 위에서 다양한 계약과 금융 활동을 구현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DeFi·금융 앱) 성장 여부가 이더리움 생태계 확장의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활용도 역시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금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가 “비트코인 가치는 10년 안에 0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쓸모가 없다고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포켓몬 카드 같은 수집품이 대표적이다. 희소성과 신뢰가 곧 가치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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