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그래픽./로이터 연합뉴스

설 연휴 기간 글로벌 증시는 반등 흐름을 이어갔지만, 시장의 무게 중심은 ‘AI(인공지능)가 모든 주식을 끌어올리던 장’에서 업종·기업별 승자 가리기(차별화 장세)로 옮겨 갔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AI 에이전트(비서) 기술 발전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른바 ‘AI의 역설’ 공포가 커지면서, 뉴욕 증시 소프트웨어 종목들이 일제히 밸류에이션 압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하드웨어·반도체는 AI 인프라 수요가 뒷받침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AI의 역설 공포가 커지며 소프트웨어 업종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되면 기존 SaaS 모델 일부가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이 선방한 기업도 주가와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눌리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 증시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먼데이닷컴(-47.8%)은 AI 자동화 도구가 프로젝트 관리 툴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다 중소기업 고객 이탈 가능성이 부각되며 실적 전망치를 낮춘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인튜이트(-41.2%)는 AI 기반 세무·회계 자동화가 보편화되면서 ‘터보택스’ 같은 기존 세무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설 연휴 반등을 주도한 쪽은 반도체·IT 하드웨어였다. AI 투자 사이클이 ‘응용 소프트웨어의 확장’보다 ‘컴퓨팅·메모리 같은 인프라 증설’에서 먼저 확인되면서, 반등 국면에서도 자금이 인프라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연휴 중 실적을 발표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가 AI 컴퓨팅·HBM 수요를 근거로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기술주 반등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HBM 증설 사이클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겹치면서 미국 기술주가 혼조를 보여도 반도체 모멘텀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