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오는 5월 9일 종료하기로 하면서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유예 종료 이후에는 중과세율이 다시 적용돼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도와 증여 중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따져보려는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주요 은행 자산관리센터에 증가하는 분위기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상속증여팀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마포구 아파트를 임대 중인 60대 김모씨(2주택자)의 사례를 의뢰해 5월 9일 전후 세 부담을 비교해봤다.

◇“중과 유예 종료 전 매도 순서가 절세 좌우”

김씨가 10년 전 10억원에 취득해 10년째 거주 중인 반포 아파트(현재 시가 90억원)를 5월 9일 전에 매도할 경우 양도세는 약 30억9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양도차익 80억원 중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 20%(16억원)가 차감돼 과세표준이 64억원으로 낮아지고, 여기에 기본세율 최고 45%가 적용된 결과다.현재까지는 다주택자도 장특공제를 최대 3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월 9일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20%포인트가 가산돼 최고 65%의 중과 세율이 적용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된다. 이 경우 반포 아파트 양도세는 약 56억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5월 9일 전후로 약 25억원 이상 양도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돼 중과 세율이 75%까지 올라간다.

김씨가 15년 전 7억원에 매입한 마포 아파트(현재 시세 20억원)를 매도하는 경우도 유사하다. 5월 9일 전에 매도하면 양도세는 약 3억8000만원 수준이지만, 유예 종료 이후에는 중과 세율이 적용돼 약 8억5700만원으로 증가한다. 차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이라도 중과 적용 여부에 따라 세 부담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절세 측면에서는 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매도해 1주택자가 된 뒤, 고가 주택을 처분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실제로 김씨가 마포 아파트를 먼저 매도해 1주택자가 된 뒤 반포 아파트를 팔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와 기본 세율을 적용받아 양도세를 약 6억140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조소영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세무 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세 부담을 낮추려면 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팔고, 차익이 큰 자산은 늦게 파는 편이 유리하다”면서 “다주택 상태를 벗어나면 1주택자로서 여러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향후 양도 시 절세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장기 자산 전략에선 증여도 대안”

만약 김씨가 집을 팔지 않고 자녀에게 증여하면 내야 할 세금은 얼마일까.

반포 아파트(시가 90억원)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공제 5000만원을 적용하더라도 약 50억원의 증여세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에는 최고 5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여기에 다주택자가 조정 대상 지역 내 공시가격 3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증여할 경우 13.4%의 취득세율이 적용돼 취득세만 약 12억원이 추가된다. 결국 자녀가 부담해야 할 총 세금은 약 62억원에 이른다.

마포 아파트(시가 20억원)를 증여하는 경우에도 세금 부담은 적지 않다. 증여세와 취득세를 합하면 약 8억6900만원이 필요하다.

단순한 세액 비교만 놓고 보면 5월 9일 이전에 매도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여를 단순히 세금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주택을 매도해 현금화하더라도 향후 자녀에게 상속·증여할 때 다시 세금이 발생할 수 있고,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증여를 통해 명의를 분산하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조 세무 전문위원은 “당장 세금만 보면 양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자산 관리와 세대 간 이전 전략까지 감안하면 증여가 반드시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