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한국투자증권 제공

증시 호황을 타고 대형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은 리테일 기반 부족 등으로 고전하며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불장’ 수혜가 업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자본력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대형사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조 클럽’…증권 업계 새 역사

12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조3427억원,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82%, 순이익은 79.9% 증가한 수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순이익이 2조원을 돌파한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이다.

다른 대형사들도 전반적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 지난해 순이익 1조593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며 4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이외 키움증권(1조1150억원), NH투자증권(1조315억원), 삼성증권(1조84억원) 등 3곳 또한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창사 이래 처음 ‘1조 클럽’이 됐다.

◇거래 대금 급증, 증권사 주가 날았다

대형사 호실적의 배경에는 증시 활황에 따른 리테일 부문 성장세가 있다. 증시가 가파르게 성장하며 주식 투자자가 늘어남에 따라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인 거래 수수료 또한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 대금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합산해 6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원) 대비 급증했다. 업계 최초 ‘2조 클럽’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외 주식 거래 대금 증가와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39.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호실적에 증권사 주가도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한국금융지주 주가 상승률은 37.3%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호실적과 함께 스페이스X 관련 테마로 묶이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지난 9일 실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11.3% 급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증권사의 주가 상승 여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 목표 주가를 기존 25만원에서 각각 35만원, 34만원으로 상향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비교적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업계 최대 수준의 자본 규모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중소형사는 채권 평가손 등 적자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에도 체감 효과가 크지 않았다. 연간 순이익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4분기 실적은 오히려 줄어들며 대형사와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S증권은 지난해 4분기 전 분기 대비 14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SK증권과 부국증권 또한 각각 17억원, 1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4분기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권사 전반에 채권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며 “대형사는 리테일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었지만, 중소형사는 대체 수익원이 부족해 타격이 컸다”고 전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떨어져 증권사가 평가 손실을 본다.

업계에서는 향후 대형사 중심으로 사업 확장이 이어지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기자본 제한 규정에 따라 대형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은 비교적 낮은 조달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유리한 구조다. 현재 당국은 IMA의 경우 자기자본 8조원, 발행어음은 4조원 충족 기준을 두고 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모아 운용·관리·투자를 일괄 제공하는 상품이다.

현재 국내에서 IMA 인가를 받아 사업을 영위 중인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두 곳이며, 발행어음 역시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7개 대형 증권사에만 허용돼 있다. 이에 비해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는 해당 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워, 향후 시장 환경이 변동성을 보일수록 체력 차이가 실적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