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미국 증시에서 대형주가 주도하는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주춤한 사이,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셀2000 지수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01~3000위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기대감에 대형 기술주 위주로 집중됐던 자금이 최근 AI 소프트웨어 비관론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소형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10일 기준 연초 이후 러셀2000 지수 상승률은 8%에 달했다. 같은 기간 S&P500은 1.4% 상승에 그쳤고, 기술주 비율이 높은 나스닥 지수는 0.6% 하락했다. 연초 이후 미국 대형 기술주 M7(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테슬라·알파벳·메타)의 평균 상승률은 -3.6%로 나타났다.
최근 러셀2000 지수의 강세는 탄탄한 실적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셀2000 구성 종목 가운데 약 65%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S&P500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 상회 비율은 3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전략가 로리 칼바시나는 “(미 증시에서) S&P500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미국 증시 전략으로 대형 기술주 비중 축소와 중소형주 확대를 제시하기도 했다. 노던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전략가 게리 폴린은 “시장은 더 이상 소수의 대형 기술주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기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다양한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소형주 비중 확대를 제안했다. BofA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의료비, 대출 금리, 주거비 등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 개입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같은 ‘적정 가격’ 정책은 빅테크와 대형 에너지·제약·금융 기업에는 마진 압박으로 작용한 반면, 실물 경기를 떠받치는 중소형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