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의 매매가 ‘역대급’ 규모로 요동치고 있다. 개인은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874억원어치를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며 하루 개인 순매수액 최고치를 세웠다. 다음 날인 3일에는 2조942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역대 2위 규모의 ‘팔자’로 돌아섰다. 5일에는 6조779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사흘 만에 하루 순매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고, 2거래일 뒤인 9일에는 3조294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루 순매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개인 매매가 ‘사자→팔자→사자→팔자’로 순식간에 뒤집힌 셈이다.

코스피가 작년 7월 1일 3089.65에서 이달 10일 5310.17까지 약 72% 오르는 동안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2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로나19 충격 직후 반등장이 이어진 2020년 3월 19일~2021년 7월 6일에는 개인이 85조8857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기관 매물을 받아냈고, 이 때문에 이 시기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렸다. 겉으로만 보면 이번 상승장은 그때와 정반대다. 개인이 개별 종목에서는 차익 실현을 늘리며 순매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이 당시와 반대로 움직였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개인이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며 지수 상승 흐름에 다시 올라탄 정황이 함께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번 상승기엔 하락 때 매수

동학개미운동 시기에도 개인이 조정 구간에서 매수로 대응하는 모습은 뚜렷했다.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7월 6일까지 코스피가 내린 날은 124일이었는데, 이 가운데 개인이 순매수였던 날은 118일(95.2%)로 집계됐다. 작년 7월 이후 이달 10일까지도 코스피 하락일 51일 중 개인이 순매수였던 날이 42일(82.4%)로 나타나, 하락 때 반등을 노리고 주식을 사들이는 성향은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차이는 상승일 매매 동향에서 갈렸다. 동학개미운동 시기 코스피 상승일 198일 가운데 개인이 순매수였던 날은 83일(41.9%)이었다. 반등이 이어지는 국면에서도 개인이 추격 매수로 참여한 날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 상승기에는 코스피 상승일 101일 중 개인이 순매수였던 날이 15일(14.9%)에 그쳤다. 동학개미운동 시기와 비교하면, 상승일에는 개인이 순매도로 비중을 줄이는 날이 더 많고 하락일에는 다시 순매수로 들어오는 흐름이 더 선명해졌다. 개인 자금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달 27일 100조원을 돌파해 이달 2일엔 역대 최대인 111조원까지 늘었고, 이후에도 10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현금성 대기 자금이 ‘하락 시 매수’ 형태로 유입되는 장면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별 주식 ‘팔자’, ETF는 ‘사자’

개별 종목에선 개인 순매도가 누적되고 있지만, ETF에는 개인 자금이 몰렸다. 동학개미운동 시기 개인의 ETF 순매수는 5조8739억원에 그쳤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10일까지 개인은 ETF를 41조448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가 1조원 이상인 ETF들 가운데는 코스피200 지수를 좇는 KODEX 200(1조9527억원), 코스피200 종목을 보유하면서 콜옵션을 파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조4350억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반도체TOP10(1조1912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 종목들은 코스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ETF들이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별 종목 기준으로 보면 개인이 순매도로 보일 수 있지만, ETF를 통한 자금 유입까지 합쳐 보면 ‘보이는 개인 수급’과 실제 개인의 시장 노출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코스피 5000’을 전면에 내건 뒤 지수가 실제로 5000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커졌고, 그 영향으로 종목을 고르기보다 지수에 베팅하는 ETF로 개인 자금이 쏠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