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코스피가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때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냉소가 퍼졌던 국장(국내 증시)을 향해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인버스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투자 리스크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인버스’에서 돈 뺀 개미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주(2월 3~9일)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한 것은 코스피 ‘곱버스(2배 인버스)’ ETF인 KODEX200선물인버스2X였다. 이 ETF는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로, 지수 움직임의 두 배를 반대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이 기간 개인들은 이 ETF를 110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2위 역시 KODEX인버스(-500억원)가 차지했다. 3위는 코스닥 인버스 상품인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442억원)로, 최근 개인 순매도 상위권을 인버스 상품이 차지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코스피가 5000선 돌파를 앞두고 있던 시기에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지난해 12월 말과 올해 1월 중순까지는 개인 투자자들의 인버스나 곱버스 ETF 순매수세가 거셌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9일~1월 2일)부터 올해 1월 중순(12~16일)까지 개인 투자자 순매수 순위 상위권에 머무르며 40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후 순위에서 벗어났다.
◇‘국장 신뢰’… 레버리지로 몰려
인버스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주가 상승에 2배로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주간 개인 순매수 1위는 KODEX레버리지로, 3822억원이 유입됐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는 KODEX레버리지를 포함해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TIGER반도체TOP10레버리지, KODEX반도체레버리지 등 국내 증시 레버리지 상품이 4개 포함됐다.
레버리지 상품으로 신규 유입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레버리지 ETF 관련 사전 교육 신규 이수자는 16만7000명으로, 지난해 1월(8600명) 대비 19배 이상 증가했다. 현행 규정상 레버리지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거래하려면 금융투자교육원이 제공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만큼, 레버리지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급증했음을 나타낸다.
개별 주식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종가 기준 코스피 5000을 넘어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 대해 본격적인 순매수에 나섰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11조원을 웃돌았다.
최근 개인은 하락장에서도 대거 순매수하며 지수 하방을 방어하고 있다. 지난 5일 코스피가 3.86% 하락했던 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6조8000억원을 순매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변동성 장세에서 위험할 수도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면서도,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위험성이 큰 레버리지 등의 투자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전망과 관련해 “다음 달 초에서 늦어도 다음 달 중순 이후 상승 추세가 재개될 것”이라며 “3차 상법 개정안 통과와 1분기 어닝 시즌 진입 등 정책과 실적 동력이 다시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거래소의 부실 기업 퇴출, 국민성장펀드 등 강세 요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했다.
다만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코스피 월간 상승률은 24%로 1990년대 이후 넷째로 높은 수준이었다”며 “단기 과열 국면에 진입한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