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으로 코스닥150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서 ETF가 만들어내는 ‘기계적 거래’ 비율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150은 코스닥 종목 중 시가총액·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추린 150종목으로 만든 지수다. 이를 추종하는 ETF는 자금이 유입되면 개별 기업을 따로 고르기보다 지수 편입 비중대로 종목을 자동으로 사고파는 구조다. ETF 쏠림이 커질수록 ETF발 거래 비율도 함께 늘 수 있다.
본지가 국내 상장 코스닥150 추종 ETF 8개의 일별 순자산총액(ETF 규모) 변화와 각 ETF가 담은 종목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스닥150 구성 종목의 전체 거래량 가운데 ETF로 인한 거래 비율을 추정한 결과, 1월 초 0~3% 수준이던 이 비율이 지난달 27일 15.9%로 뛰었고 같은 달 30일에는 19.8%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총 낮을수록 ETF 거래 비율 더 높아
ETF 거래 비중이 급증한 배경에는 코스닥 관련 정책이 부각되며 코스닥 시장에 투자자 관심이 몰린 점이 꼽힌다. 지난달 26일 코스닥지수가 하루 만에 7% 넘게 급등하자, 개인 자금이 지수형 ETF로 한꺼번에 유입됐다는 해석이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자금 유입 1위는 KODEX 코스닥150으로, 이 기간 4조8187억원이 들어왔다. 2위인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1조8608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코스닥150 관련 상품이 ‘코스닥에 베팅하는 대표 통로’로 활용되며 수급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쏠림이 나타날 때, 시가총액이 작고 평소 거래가 많지 않은 종목일수록 ETF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ETF 수급 영향이 특히 컸던 1월 27일~2월 2일을 보면 코스닥150 구성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의 평균 ETF발 거래 비율은 15.1%였지만, 101~150위 하위 50개 종목은 21.7%로 더 높았다. 실제로 지난 2일 콜마비앤에이치와 유티아이의 경우 당일 거래량 가운데 코스닥150 ETF발 매수 비율이 각각 51.2%, 49.2%로 추정됐다.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내용 같은 펀더멘털을 따져 ‘골라 산’ 거래라기보다, 지수 편입 비율에 따라 ETF가 기계적으로 사들인 물량이 당일 거래의 절반 안팎에 달했다는 뜻이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발 거래가 늘면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선 일찍부터 ‘패시브 쏠림’ 경고
ETF 투자가 빠르게 확산된 미국에서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인덱스) 자금’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운용 대표는 2019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패시브 투자가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약하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개별 기업을 따져 가격을 매기기보다 지수·섹터 같은 ‘묶음’으로 돈이 움직이면서 기업별 가치 판단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또 패시브 자금이 대형주 중심으로 흐르면서 소형 가치주처럼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은 ‘지수 자금’의 혜택을 덜 받는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ETF 같은 패시브 상품이 분산 투자와 저비용이라는 장점으로 투자 저변을 넓혀온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특정 시기에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 특히 거래가 적은 종목에서는 주가가 수급에 과도하게 좌우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ETF는 낮은 비용으로 시장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면서도 “패시브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 개별 종목의 가치 판단이 가격에 반영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액티브 ETF처럼 운용 판단이 들어가는 자금이 함께 커져야 패시브 쏠림이 만들 수 있는 왜곡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패시브 자금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기보다 코스피200·코스닥150 같은 지수(인덱스)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자동으로 운용되는 ETF·인덱스펀드 자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