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활성화를 내세운 당국의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지수는 상승하고 있지만 신규 상장 기업 수는 급감하고 상장폐지는 늘어나고 있다. 한계기업을 걸러내 시장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분명해졌지만, 상장 요건 강화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코스닥 신규 상장,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5일 한컴인스페이스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대해 미승인 통보했다. 지난해 8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5개월 만으로, 올해 들어 첫 미승인 사례다.
실제로 올해 들어 코스닥 신규 상장 흐름은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은 2곳에 그쳤다. 지난해 1월에만 5곳, 2월에는 10곳의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반면 상장폐지 기업 수는 늘어났다. 거래소는 최근 삼천리자전거, 자이글 등 총 2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코스닥에서는 스팩을 제외하고 총 6개 기업이 상장폐지됐다. 지난해 스팩을 제외한 코스닥 월평균 상장폐지 기업 수가 2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6일 기준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1822곳으로, 지난해 12월 말(1830곳) 대비 8곳 줄었다.
◇ ‘좀비기업 솎아내기’ 여파
올해 들어 당국의 코스닥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한계·좀비기업을 정리하고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기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코스피 상장사는 시가총액 200억원, 매출액 50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코스닥 상장사는 시가총액 기존 40억원에서 150억원, 매출액 50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향후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또는 매출액 50억원 미만으로 상향된다. 2028년부터는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 매출액 기준은 75억원으로 높아지며, 2029년에는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이면서 매출액 100억원 미만인 기업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이에 더해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 상장관리부 내에 상장폐지 심사 전담팀을 신설해 부실기업 퇴출 절차를 보다 체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스닥 체질 개선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상장 기업 수는 단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장기적으론 긍정…일률적 기준엔 한계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 요건 강화를 통해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방향성 자체는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경쟁력과 지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계기업의 엄격한 퇴출은 증시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중간재 수출 중심의 경기순환형 기업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한계기업을 적기에 판별할 수 있는 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이어 “퇴출 기준을 일률적으로 상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기업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시장 규율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