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시멘트 회사 삼표시멘트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삼표시멘트 주가는 8400원에서 1만8440원까지 120% 급등했다. 해운사 팬오션과 육계(식용 닭) 업체 하림 등을 거느린 하림지주도 4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삼표시멘트는 서울 성수동에 과거 레미콘 공장으로 쓰던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곳을 주거·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확정되면서 투자자 관심이 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림지주 역시 100% 자회사인 하림산업을 통해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물류·주거·업무 시설을 결합한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들 종목의 최근 급등은 ‘본업’ 전망이 갑자기 좋아졌다기보다는, 보유한 땅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기업 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 자산주 뛰어
삼표시멘트·하림지주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 이슈로 급등했다가 주춤했던 동양고속과 천일고속도 1월 29일 이후 4일까지 각각 39.5%, 13% 급등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 용산의 드래곤시티를 운영하는 서부T&D 주가도 1만5800원에서 1만8580원으로 17.6% 상승했다.
이들처럼 기업의 본업 실적(매출·이익)보다 회사에 쌓여 있는 자산 가치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종목을 일컫는 ‘자산주’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수도권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도심 주택 공급 방안은 외곽 신도시 중심이던 과거 공급대책과 달리 서울 및 수도권 도심 내 주택 공급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오랜 기간 우량 부지를 보유한 기업들은 개발 활성화 기조 등으로 유휴부지 활용 유인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공급이 ‘도심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동안 활용이 쉽지 않았던 유휴부지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는 취지다.
◇유동성 장세가 키운 ‘자산 재평가’ 기대…본업 부진한 기업도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의 내재가치가 부각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자산 재평가가 영업외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개발 예정 부지는 개발이익 기대가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류 연구원은 “보유 부지를 분양상품으로 개발할 경우 회계기준(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에 따라 매출 인식이 가능하며, 비분양상품도 준공 이후 자산가치 상승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유동화 방식과 개발 형태에 따라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런 ‘자산 가치’ 기대가 본업 실적 흐름과 분리돼 움직인다는 점은 우려 요소로 꼽힌다. 삼표시멘트는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시멘트 수요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부동산 PF 규제 여파 등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연결 기준)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6% 줄었고, 영업이익도 47.8% 급감했다. 천일고속 역시 고속버스 운수 사업 부진으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며, 작년 3분기까지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실적이 개선되는 국면이라기보다는 보유 자산 가치가 먼저 부각되며 주가가 움직이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판단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종목별로 개발 계획의 현실성과 재무 구조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산주들은 오랫동안 만성적 저평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어온 데다, 대주주 지분 집중과 낮은 유동주식 비율 등으로 수급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며 “단기간 급등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 개발 과정이 길어질 경우 기대가 먼저 반영된 주가가 내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