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영석

직장인 김모씨는 소문난 미식가다. 날마다 맛집을 탐방하고, 월급의 절반을 먹는 데 쓴다. 이는 동료들에게도 유명하다. 출장이라도 가면 그에게 꼭 전화한다. “○○ 맛집은 어디야?”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너 그럴 거면 차라리 먹방 유튜버를 해봐.” 그 순간 솔깃한다. 먹는 게 직업이라니 얼마나 행복한가. 그의 회사는 보수적이라 개인 유튜브는 금지돼 있다. ‘사직서를 내고 먹방 유튜버를 해봐?’ 그날부터 그의 고민은 시작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꾼다. 사직서를 내고 유튜버로 성공해 부자가 되는 꿈을. 이는 알파 세대(2010~2024년생)도 마찬가지다. 미국 온라인 소셜 커머스 플랫폼 훱에 따르면, 알파 세대 꿈의 직업 1위는 유튜버였다. 지난해 교육부가 조사한 국내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도 3위가 크리에이터(4.8%)였다.

하지만 먼저 그 길을 가본 이들은 유튜버·인플루언서로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비밀이야’로 불리는 배동렬(49) HNB 대표는 과학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후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해 네이버 1세대 파워 블로거, 11만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구독자 57만명의 유튜버가 됐다. 3대 플랫폼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셈이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혼자 시작한 트러플·캐비어 수입회사 HNB는 지난해 매출 75억원, 직원수 11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WEEKLY BIZ가 분석했다.

◇<1>한 주제에 대해 100시간 동안 말할 전문성이 있는가

배 대표의 맛집 탐방은 어릴 때부터 시작했다. 교수였던 아버지는 전국 맛집 여행을 즐겼고, 백파(百波) 홍성유 선생이 쓴 맛집책은 가족의 바이블(성경)이었다. 2004년 그는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엔 여행기나 맛집 후기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꾸준히 글을 올리니 사람들이 보기 시작하고, 모 잡지에 ‘최고의 여행 블로거’ 등으로 뽑히기도 했지요.”

배 대표의 말과 글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대본 없이도 줄전갱이(시마아지)와 줄가자미(이시가리)에 대해 몇 시간은 말할 정도다. 그의 박학다식함은 해외 여행기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낸다. 2000년대 초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유럽 미쉐린 식당 여행기’였다. 그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있는 미쉐린 식당을 다니며 현지 특산물과 와인의 역사, 셰프의 이력 등에 대한 정보를 줬기 때문이다.

구독자 2070만명의 테크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는 것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유튜버로 성공하려면 내가 선택한 주제로 10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했다.

◇<2>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중요해

물론 전문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플랫폼도 있다. ‘인스타그램’이다. 배 대표는 “블로그는 정보가 많은 글이 필요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자극적인 사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기반 없이 쌓아 올린 유명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인스타그램 출신 인플루언서들의 생명력이 가장 짧은 이유다.

“블로그는 처음 만든 사람이 갑자기 조회 수를 많이 받는 게 불가능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자극적인 사진 한 장으로 많은 구독자를 얻게 되죠. 1년 전까지 뭐 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전문가가 돼 식당을 기획하죠. 능력이 없으니 지방이나 해외에서 가져와서 똑같이 만들고, 그러니깐 비슷한 식당만 많아지죠. 그런데 그 식당들 중 지금 살아남은 것이 있나요?”

배 대표는 세 가지 플랫폼에서 모두 성공했지만, 맛집 인플루언서로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았다고 했다. 광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 구독자도 57만명이 넘지만 아직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는 “구독자가 100만명은 넘어야 유의미한 수익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맛집 인플루언서는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수익이 거의 없어요. 음식 광고는 단가가 높지 않아요. 광고를 많이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구독자가 줄어들고 조회 수도 감소하죠. 패션·뷰티 인플루언서처럼 공동 구매가 불가능하잖아요. 식당 손님이 늘어도 뭘 보고 왔는지 모르고요.”

미국 비즈니스 전문 매체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는 “유튜버가 성공하려면 구독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며 “광고도 가려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콘텐츠는 생명력을 잃기 때문이다.

◇<3>나만의 ‘틈새 시장’을 만들어라

배 대표는 블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평점이나 랭킹을 매기는 것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보와 의견을 담담하게 제시하는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인기 디저트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리뷰’처럼 유행을 따라가는 콘텐츠도 거의 제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의 영상은 과하지 않다.

소셜미디어 관리 플랫폼 훗스위트는 “성공하는 유튜브를 만들려면 ‘나만의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사람의 특색이 있어야 그 채널을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조회 수에 흔들리지 않는 묵묵함도 필요하다.

“저는 항상 하던 대로 했어요. 그러면 조회 수가 안 나오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제 스타일이 생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