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이 손인사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초 ‘CES 2026′에서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피지컬 AI’ 대표 주자로 주목받았던 현대자동차 주가가 최근 들어 주요 대형주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고점 이후에도 매수를 이어가며 손실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 고공행진하던 현대차, 박스권에 갇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2.54% 오른 50만4000원에 마감했다. 최근 현대차 주가는 50만원대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20만원대 후반에 머물던 현대차 주가는 CES 효과로 지난달 21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인 54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최근에는 고점 대비 약 8.2% 하락한 상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특히 지난 한 주간 현대차 주가는 4.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2%, 4.5%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 노조의 아틀라스 도입 반대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주가 흐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샀다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수급 흐름은 뚜렷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중순 이후 현대차를 대거 처분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 4000억원 순매수를 끝으로 이달 4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5조원을 넘는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고점이었던 지난달 21일 이후 연속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 1위 종목도 현대차다.

주가가 조정을 받은 지난주에도 개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 불안은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현대차 투자자는 15만9745명이며, 이 가운데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 비율은 44.17%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 10명 중 4명 이상이 고점에 물린 셈이다.

◇ 증권가 “중장기 서사 유효”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중심 사업 구조가 로봇으로 전환되며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본업만 보면 현재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로보틱스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사업 등 서사는 여전히 강력하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당장 연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시너지와 사업 가능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6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했다. 마건우 흥국증권 연구원 또한 “현대차가 레거시 산업에서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아틀라스’의 메타플랜트 투입과 SDV 페이스카(Pace Car)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을 모두 아우르는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포지셔닝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되며 단기적인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당순이익(EPS) 성장이 아닌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대로 오른 구간”이라며 “올해 기준 예상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2% 수준에 그치는데 주가는 70% 넘게 상승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