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가 올해 들어 1100선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코스닥 종목 관련 증권사 리포트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 시장을 부양하려는 정부가 증권사에 ‘기업 분석 정보 공급 확대’를 압박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코스닥의 ‘깜깜이 투자’ 문화가 개선되기 어렵다.
◇코스닥, 종목 수 두 배, 리포트는 5분의 1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코스닥 종목 관련 리포트는 441건 발간됐다. 같은 기간 전체 발간 리포트(2265건)의 19% 수준에 그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종목 수는 951개, 코스닥이 1823개로, 종목 수 차이를 감안하면 코스닥 리포트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범위를 좁히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1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10위 종목 관련 리포트 수는 280건에 달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의 경우, 한 달간 종목 리포트 58개가 발간됐다.
반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관련 리포트는 23건에 불과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위권 종목 가운데 지난 한 달간 리포트가 단 한 건도 발간되지 않은 종목도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를 포함해 3곳에 달했다.
◇코스닥 불장인데 “믿고 볼 자료가 없다”
지난해 말까지 900선에서 횡보하던 코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1100선을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연초 이후 코스닥 상승률은 23.6%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5.5%)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코스닥 거래 대금은 460조원을 넘어서며 직전 달(354조) 대비 30% 증가했다.
그러나 시장 열기와 달리 투자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코스닥이 오르길래 주요 종목에 투자하려고 보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데도 가장 최근 리포트가 작년에 나온 거라 투자 결정에 참고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코스닥 시장의 투자자 구조가 리포트 부족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는 기본적으로 기관 투자자 수요에 따라 작성되는데,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아 기관 대상 분석 수요 자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리포트 공급 부족이 코스닥을 투기판처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압박에 증권사들 해법 찾기 나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금융 당국이 증권사에 코스닥과 스몰캡(small cap·시가총액이 작은 기업) 기업에 대한 리서치 확대를 요청했다. 여기에 호응해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인력 확충과 기업 분석 보고서 발간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를 기존 5명에서 7명으로 늘렸고, 미래에셋증권은 별도의 인력 충원은 없지만, 올해 코스닥 리포트 발간 규모를 25%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일 코스닥 벤처·혁신 기업을 대상으로 8조2000억원 규모의 직·간접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코스닥 기업 분석팀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기업분석 보고서 발간을 작년 30건에서 올해 200건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인력 확충이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코스닥 기업의 공시 투명성이 코스피보다 낮다는 점도 리포트 공급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형 스몰캡 기업들은 정보 선별 자체가 어렵다”며 “증권사 입장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