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내 증시는 ‘불장’이었지만, 게임주만은 유독 웃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84% 오른 5288.08에 마감했고, 코스닥도 4.19% 상승했다. 코스피 951개 종목 가운데 87%인 827개가 올랐고, 코스닥도 1823개 종목 중 1400개(77%)가 상승 마감했다.
그런데도 펄어비스(-5.06%), 엔씨소프트(-2.95%), 크래프톤(-1.41%), 위메이드(-1.34%), 카카오게임즈(-0.86%) 등 주요 게임주는 지수 급등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프로젝트 지니’ 공개에 게임주 하락세
이날 게임주가 약세를 보인 배경으로는 최근 공개된 구글 딥마인드의 ‘프로젝트 지니’가 꼽힌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가능한 3차원(3D) 가상세계를 만들어 주는 기술로, ‘게임 엔진 없이도 인공지능(AI)이 게임을 직접 생성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단기적으로 확산됐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은 그래픽이나 대사 같은 일부 요소가 아니라, 게임 제작의 출발점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입력 몇 줄로 공간과 상호작용이 구현되면 개발 과정에서 엔진·툴·플랫폼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 빠르게 퍼졌다.
불안이 커진 데에는 해외 주가 흐름이 직접적인 자극이 됐다. 공개 당일 미국 게임 엔진·플랫폼 관련 종목이 급락하며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유니티(-24.22%), 테이크투인터랙티브(-7.93%), 로블록스(-13.17%) 등이 급락세를 보였고, 이후 중국·일본 게임주까지 동반 하락했다. 기술 공개 자체보다도 주요 종목이 한꺼번에 흔들린 장면이 ‘새 기술이 산업 구조를 흔든다’는 공포를 키우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덩달아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발전은 기회 될 수도
다만 ‘AI가 게임사를 대체한다’는 해석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로젝트 지니 공개를 이유로 국내 게임 산업 투자 심리가 미리 훼손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게임 개발은 아이디어 구상부터 프로토타이핑, 아트·프로그래밍·사운드 제작, 테스트(QA)와 밸런싱, 출시 후 라이브 운영까지 단계가 길고, 특히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처럼 장기 서비스형 장르는 운영 노하우가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AI는 개발사를 ‘대체’하기보다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등 생산성 개선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용자들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변수다. 게임 전문 조사기관 퀀틱 파운드리가 2025년 말 전 세계 이용자 17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를 쓰는 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하나증권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사는 중국 게임사와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인력 격차가 큰 만큼, AI를 얼마나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는 올해 초 ‘2026년 경제성장전략-한국경제 대도약의 원년’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우리는 게임 하나에 150명 정도를 쏟아붓지만, 중국은 1000~2000명을 들인다”면서 “AI에 능통해서 한 사람이 100명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겨우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산업에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AI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AI 퍼스트’ 전환을 선언하고 AI 활용으로 전사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월드 모델(현실과 유사한 물리·조명·지형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AI) 발전이 서비스에 투입되는 자본을 효율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컴투스 등도 개발 환경에 AI 툴을 적용하는 만큼, 인력 부족을 메우는 수단으로 AI 활용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