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는 건 외환시장의 수급과 기대 심리가 한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국민연금의 (낮은) 환헤지(환율 위험 분산) 비율,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증가가 영향을 줬다고 분석합니다. 기업들도 달러가 계속 오를 거라고 예상하니 안 파는 기대 심리가 작용했습니다.”

지난 27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만드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이기자의 취재수첩’ 시간에는 최창호<사진>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출연해 최근 불거지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오해 등에 대해 해명했다.

-최근 유동성 지표인 광의통화(M2)가 많이 늘어 환율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지 않다. 최근 M2 증가율은 4~5% 정도다. 코로나 기간에는 11~12% 정도였다. 2005~2022년 평균도 8% 정도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을 미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 아닌가?

“M2는 현금성 자산과 수시 입출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금 등으로 측정된다. 그런데 미국은 주식 등 자본 시장 중요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은행 예치금 같은 현금성 자산 비율이 원래 낮다. 진정한 비교가 되려면 아시아 국가들을 봐야 한다. 일본의 GDP 대비 M2 비율은 193%, 대만은 241%다. 그리고 GDP 대비 M2 비율이 환율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경제학에 없는 이론이다.”

-최근 M2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빼고 신 지표로 바꾼 것도 M2를 낮추기 위함이라던데.

“M2 신 지표 적용은 3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진행돼 2025년까지 완료하기로 한 장기 과제다.”

그래픽=백형선

-최근 한국은행이 RP(환매 조건부 채권) 매입을 늘리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있다.

“RP 매입은 금융기관이 가진 채권을 한국은행이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거래다. 통상 거래 만기가 2주에 불과하고, 만기가 지나면 반대 거래가 발생해 자금이 회수된다. 일각에서는 RP 매입 규모만 단순 합산해 48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RP 거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10만원을 일주일 만기로 대출받았다가 상환하는 일을 1년 동안 반복하면 지갑에는 520만원이 아닌 10만원만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RP 만기를 계속 연기해 시중에 돈을 풀었다고 하는데, RP 매입뿐 아니라 유동성을 흡수하는 RP 매각과 통화안정증권 같은 다른 수단도 함께 봐야 한다. 이런 수치들을 종합하면 공개시장 운영을 통한 현재 유동성 조절은 ‘흡수 기조’라고 할 수 있다.”

-한미 금리 차 역전 현상이 최장 기간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한은의 금리 정책 실패 때문에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 아닌가?

“환율의 움직임에 기준 금리와 각국 성장률 격차 같은 펀더멘털 요인이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이 1350원에서 1400원대 중후반까지 오른 건 펀더멘털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5월 이후 한·미 간 정책 금리 차는 200bp(bp는 0.01%포인트)에서 125bp로 축소되었다. 10년물 국고채 금리 차도 당시 170bp 수준에서 최근에는 60bp대까지 줄어들었다. 한국 경제 성장률도 작년 1분기 0%에서 4분기 1.5%까지 반등하면서 한·미 간 성장률 격차도 축소되었다. 그런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상승했다. 이는 펀더멘털의 움직임과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외환 수급이나 시장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1~11월 경상수지는 10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는 1294억달러를 나타냈다. 이런 수급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 쿠폰을 뿌린 건 유동성 공급 아닌가? 원화 가치가 휴지 조각이 돼 튀르키예나 베네수엘라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최근의 환율 상승은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다르다. 당시에는 환율이 급등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유동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만약 원화 가치 하락으로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국제 신용 평가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반응할 텐데, 지금 우리나라 신용 등급은 최상위 등급에 있고 CDS 프리미엄도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비추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