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가 4년여 만에 1000을 재돌파하며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은 26일 7.09% 급등했고, 27일에도 1.71% 올라 1082.59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코스닥이 1300을 넘어설 수 있고, 정책·유동성이 과열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1500까지도 열려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시장 체질 개선 없이 수급으로만 끌어올리는 ‘인위적 부양’은 후유증이 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NH “코스피와 번갈아 강세…정책·유동성 겹치면 코스닥 1500 갈 수도”
NH투자증권은 28일 코스닥 목표 지수를 기존 1100에서 13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성장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이 동시에 진행되는 중기 구조적 시나리오를 반영한 목표치”라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교대로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될수록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단순히 규제를 손보거나 시장 안정에 방점을 둔 정책보다는 정책 자금 유입과 특정 성장 산업 육성이 함께 추진될 때 코스닥 시가총액 확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정책 기대와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과열 국면에 진입할 경우 코스닥은 1500까지도 상승 여지가 있다”며 “정책 모멘텀과 투자 심리가 동시에 극대화되는 상단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2017년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했을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이 약 64% 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과거 정책 국면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면 코스닥 시총은 지난해 12월 500조원 수준에서 중기적으로 820조원대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코스닥 강세 초반에는 시총 상위 종목 중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의 상대적 수익률 우위를 예상했다.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의 상환(되갚기) 수요가 붙을 수 있다는 이유다. 이후 지수 상승이 이어지고 공매도 상환이 일부 진행되면 코스닥 중소형주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위적 코스닥 부양 후유증 있을 것”
지수 급등과 함께 코스닥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4년여 만에 1000을 넘어선 2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시총 보니 어질어질하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코스닥 4위 레인보우로보틱스 회사 전경”이라며 본사 사진을 올리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시총 14조(PER 7000배), LG전자 시총 16조”라고 적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2조6099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5위 종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종목의 PER(주가수익비율)은 5909배(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에 달한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놓고 보면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의 PER은 348배 수준이고, 시가총액 9위 리가켐바이오는 849배를 넘는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 7종목은 적자로 PER이 집계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의 코스닥 부양 드라이브를 두고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코스닥 신뢰 제고 TF’를 통해 부실 상장사 200여 개사를 1년 내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연기금·퇴직연금이 참여하는 20조원 규모의 ‘코스닥 밸류업 펀드’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여당이 ‘코스닥 3000’을 다음 목표로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7일 논평에서 “코스닥 인위적 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중에 큰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며 구조 개혁을 주문했다.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스닥의 경우 펀더멘털이 많이 떨어지고 이미 밸류에이션도 높은 편”이라면서 “정치적인 부담이 되어도 과감하게 부실기업을 빨리 퇴출시키는 것이 코스닥시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