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4년여 만에 1000포인트를 넘어선 26일, 코스닥시장에선 하루 만에 ‘역대급’ 기록이 쏟아졌다.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3조734억원을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며 일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고, 개인은 3조2954억원을 순매도하며 역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표면상으로는 ‘기관 매수·개인 매도’지만, 시장에선 개인 자금이 코스닥150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로 급격히 몰리면서 통계상 기관 매수로 잡히는 거래 구조가 대규모로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관 3조 순매수의 실체는 ‘ETF 쏠림’…레버리지 교육 마비·괴리율도 확대
이날 기관의 순매수 규모(3조734억원)는 전 거래일인 23일 기록(9735억원 순매수)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관은 23일 역대 최고 순매수 기록을 세운 데 이어, 하루 만에 그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23일 이전까지의 최고 기록은 2021년 12월 28일(8262억원)이었다. 기관 중에서도 ‘금융투자’가 3조1112억원을 순매수해 기관 전체의 순매수액(3조734억원)을 웃돌았다. 다른 기관 주체의 매도 물량을 금융투자 매수가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기관 매수의 상당 부분이 개인들의 코스닥 ETF 매수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150을 좇는 ETF를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이면서 해당 ETF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들이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ETF를 사면 LP가 설정·환매 과정에서 기초지수 구성 종목을 시장에서 사들이는데, 이 물량이 금융투자 매수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개인 자금은 코스닥150 지수를 좇는 ETF로 집중됐다. 코스피150 지수를 좇는 대표적인 ETF인 ‘KODEX 코스닥150’에는 이날 하루에만 개인 순매수가 5952억원어치 몰렸다. 이는 국내 상장 ETF 전체를 통틀어 하루 개인 순매수 기준 역대 1위라는게 삼성자산운용의 설명이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코스닥150 지수의 하루 등락 폭을 2배로 추종하는 ETF)에도 2763억원의 개인 순매수가 들어왔다. 이날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ETF 10개(레버리지 2개 포함)의 개인 순매수액만 9975억원이었다.
과열 신호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오전 한때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마비됐다. 국내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지수 등 기초 자산의 하루 변동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ETP)을 거래하려면 ‘레버리지 투자 사전 의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1시간가량의 온라인 교육을 듣고 수료 번호를 증권사에 등록해야 매수가 가능하다. 업계에선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하려는 신규 투자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접속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평소에 비해 3~4배가량 많은 접속자가 몰렸다”며 “시스템 자원 배분을 조정해 조치했다”고 말했다.
ETF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괴리율도 치솟았다. 괴리율은 ETF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매매가)이, ETF가 담고 있는 구성 종목을 시가로 평가한 실제 가치인 순자산가치(NAV)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요가 급격히 몰리면 매매가가 NAV를 앞서면서 ETF가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괴리율이 확대된다. 이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코스닥150 추종 ETF 8개의 괴리율 평균은 0.50%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NAV보다 0.5%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23일까지 이들 8개 ETF의 평균 괴리율이 -0.33%로, 대체로 NAV를 소폭 밑도는 가격에 거래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괴리율 확대 폭이 두드러진다. 코스닥지수가 7.34% 급등했던 2023년 11월 6일(1.1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은 3.3조 ‘역대급 순매도’…급등 종목 중심으로 매도 상위
기관이 사상 최대 순매수세를 기록한 이날,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 개인의 코스닥 순매도액은 3조2954억원으로, 종전 기록인 2021년 12월 28일(1조1611억원 순매도)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엔 레인보우로보틱스(1483억원), 에코프로비엠(1210억원), 삼천당제약(1144억원), 실리콘투(855억원), HLB(678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통점은 이날 주가가 크게 뛰었다는 점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한 뒤 25.97% 상승 마감했고, 에코프로비엠(19.91%), HLB(10.12%), 삼천당제약(8.75%), 실리콘투(6.49%) 등도 급등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별 종목을 보유한 개인은 급등 구간에서 수익을 확정한 반면, 코스닥 급등 소식에 새로 들어온 개인은 종목이 낯설어 ETF로 몰리면서 수급이 ‘개인 매도·기관 매수’로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