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선 뒤 23일에도 장중 5000선을 재차 돌파했지만, 아직 종가 기준 ‘안착’에는 이르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5000포인트 돌파 자체는 기정사실로 보면서도, 급등 이후 속도 조절 구간에서 지수가 버티려면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힘을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외국인의 월간 순매수 규모는 줄어드는 흐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180억원을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지만, 전달(4조1481억원) 대비 매수세가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었던 지난 22일에도 외국인은 247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 “상승 경로 유효” 속 속도 조절 경고도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이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가운데서도 순환매(그간 소외됐던 업종으로 매수세가 옮겨 다니는 현상)로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강한 상승 파동이 전개될 경우 5600선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승이 중기 상승세의 마지막 국면일 수 있다”며 “이 경우 5000~5450선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지만, 이후엔 조정 국면으로의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단기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1월 21일까지 16.5% 상승해 2000년 이후 월간 기준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에 기반한 반도체 이익 전망치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투자자 예탁금이 역대 최고치까지 증가한 상황이라 상승 경로는 중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각종 지표가 과열 수준에 들어 있어 단기적인 속도 조절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코스피가 추가 랠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과열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피 5000은 달성 가능하지만 연이은 상승에 따른 단기 과열 해소가 필요하다”며 “5000포인트 도달 이후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 관건은 외국인… “관망세” 속 매수 여지 남았나
5000선 안착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는 외국인 수급이 거론된다. 외국인은 이달 5일 하루 2조원 넘게 순매수한 뒤로는 적극적인 추격 매수보다는 관망에 가까운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물은 2조5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지만 선물에서는 1조7727억원을 순매도해 방향성이 엇갈렸다.
외국인의 ‘매수 대상’도 바뀌고 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주를 순매수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이들 종목을 순매도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대신 매수 상위에는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셀트리온 등 조선·원전·방산과 일부 대형주가 이름을 올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뜨거운 반도체·자동차’에서는 매도 우위인 반면 유틸리티, 상사자본재, 조선 등 산업재 중심으로 매수 강도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보유 비중이 이미 높은 업종을 더 사기보다는, 경기 민감도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보유율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분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진 점은 ‘추가 유입이 제한적’이라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7.18%로 집계돼 2020년 4월 9일(37.34%)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통계학의 ‘심슨의 역설’(부분의 비율과 전체의 비율 방향성이 달라지는 현상)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지분율이 오른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비중 확대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 두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로 보면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세 유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