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코스피가 장중 5000선을 넘어서며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 등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졌고, 작년 하반기 이후 인공지능(AI) 혁신발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가 시장에 퍼진 영향이다. 하지만 주가가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종목이 절반을 넘는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 정책이 밀고, 반도체가 끌고
윤석열 정부는 2024년 5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화했다. 제도 도입 초기엔 참여 기업이 적어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초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이른바 ‘조방원’(조선·방산·원전)이 증시 주도주로 부상했고, 코스피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스피 5000’ 공약을 전면에 내건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6월 취임 이후 주가 조작 처벌 강화 방침을 밝히는 등 주식 시장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이어갔다. 7월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1차 상법 개정안이, 8월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배당 확대 논의도 이어졌다. 이에 지주회사와 금융주가 수혜 업종으로 부각되며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졌다.
‘5000 고지’ 도달의 막바지는 반도체가 주도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 기대에 작년 10월 27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4000선을 넘었고, 11월엔 AI 거품 우려로 잠시 주춤했지만, 올 들어 현대차가 로봇 테마로 부각되는 등 증시를 이끄는 종목군이 넓어지며 결국 5000선을 넘었다.
◇ ‘코스피 5000′ 과제도 산적
다만 ‘코스피 5000’이 곧바로 투자자의 체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국내 주식을 거래한 자사 개인 고객의 매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5.6%)의 절반 수준인 34.4%에 그쳤다. 급등한 반도체 등을 투자 바구니에 충분히 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계 자산에서 주식 등의 비율이 낮은 점도 코스피 상승의 체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가계에서 주식·펀드 등 투자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7.5%로 미국(41.6%)은 물론 일본(11.2%)보다 낮은 OECD 최하위다.
현재 주가가 기업의 장부상 가치에도 못 미치는 기업을 뜻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도 여전히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PBR 1배 미만(2024년 사업보고서 자산 기준)인 기업 비율은 67%에 달한다. 선진국 대비 미흡한 주주 환원도 숙제다. KB증권에 따르면, 2014~2023년 한국의 평균 주주 환원율(배당액과 자사주 매입 금액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31.9%로 미국(92.5%)을 비롯해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평균(68%)보다 낮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주 환원을 높이고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등 자본시장 개혁이 계속돼야 향후 코스피가 더 잘 버텨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