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8개국을 상대로 예고했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을 철회하자,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급반등했다. 시장에선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강경 카드를 던졌다가 결국 물러난다는 월가식 표현)’가 이번에도 재현됐다는 말이 다시 나왔다. 21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 평균은 전장보다 588.64포인트(1.21%) 오른 4만9077.23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78.76포인트(1.16%) 오른 6875.62, 나스닥 지수는 270.50포인트(1.18%) 오른 2만3224.8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유럽 국가들과 즉각적인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약 4시간 뒤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나토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와의 매우 생산적인 회동을 통해 그린란드(및 북극 지역) 관련 향후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면서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2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던 관세는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그린란드 관세’ 압박으로 출렁였던 시장이 ‘철회’ 발언에 즉각 반응한 셈이다.
◇‘트리플 약세’에 월가 “TACO 나타날 것” vs. “이번엔 다를 것”
전날 미국 금융시장은 ‘트리플 약세’(주식·채권·달러 동반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압박이 유럽과의 관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이 급락했고,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도 동시에 흔들렸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월가에선 다시 ‘TACO’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향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해방의 날’ 이후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투매) 현상이 나타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고, 이후 주식시장이 랠리를 펼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보는 변수는 미 국채 금리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 정부는 국채를 새로 발행하거나 만기가 된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발행할 때 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이는 곧바로 미국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장이 흔들리면 강경 카드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왔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TACO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상징하는 월가의 밈(meme·유행어)으로 굳어졌다.
다만 전날 시장 분위기는 ‘TACO’로 단정하기 어려울 만큼 엇갈렸다. 크레셋 캐피털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전략가는 로이터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번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작년 ‘해방의 날’ 이후에는 하락을 기회로 보고 바닥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투자사 패싯의 톰 그래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TACO 가능성 때문에 투자자들이 하락에 올인하는 것을 꺼린다”고 했다. ‘더 밀릴 수 있다’는 불안과 ‘갑자기 유예·완화가 나오면 급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계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포지션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TACO, 이번에도 통했다”…철회 발언에 미 국채 금리 하락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전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30%까지 치솟았지만, 이날 4.26%로 내려왔다. ‘트리플 약세’ 국면에서 달러 가치와 주가가 동시에 흔들렸던 흐름도 일부 되돌림이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 에버리(Ebury)의 매튜 라이언 시장전략총괄은 “최근 사례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거친 도구이자 협상 지렛대로 사용한다”며 “미국과 덴마크가 타협에 이르고, ‘TACO 트레이드’(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결국 유예·완화될 것에 베팅하는 전략)가 돌아오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JP모건도 투자자 메모에서 “협상을 유도하려고 최대치의 입장을 먼저 던진다”며 이를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