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정부가 고환율 완화를 위해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다시 미국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환율이 148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연초 이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지난 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 다시 미국으로 향하는 개인 자금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31억1147만달러(약 4조604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18억7385만달러) 대비 10억달러 이상 증가한 규모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 역시 다시 1700억달러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정점을 찍었을 당시 1700억1808만달러였던 보관금액 또한 이달 기준 1716억7278만달러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종목별로는 기술주 쏠림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알파벳으로, 순매수액은 5억2037만달러에 달했다. 이어 테슬라와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각각 5억1976만달러, 33만1609만달러로 2·3위를 차지했다.

◇서학개미 국장 복귀책 잇따라 내놓는 정부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는 20일 해외 주식에 매도한 자금을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세부안을 발표했다. 재정경제부가 이날 발표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가 RIA에서 해외 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1년간 RIA 내에서 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1인당 매도금액은 5000만원 한도이며, 매도 시점에 따라 공제율은 차등 적용된다. 올해 3월까지 매도하면 양도소득 금액의 100%, 6월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당국은 최근 특정 주가지수나 채권·통화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레버리지 한도를 현행 2배에서 3배로 확대하고, 종목 구성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방안이 현실화되면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나 SK하이닉스 3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서학개미 압박만으로 환율 잡기 어렵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책만으로 국장 복귀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주식은 장기 투자 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강한 반면, 국내 주식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며 “일부 자금은 돌아오겠지만 정책 효과를 과도하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도 미지수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4원 오른 1478.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79.2원까지 오르며 148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와 달러 인덱스, 수출입 결제 수요, 외국인 주식 투자 등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다”며 “RIA 제도 도입만으로 환율이 실제로 하락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챗GPT 출시 이후인 2022년 4분기부터 미국 경제는 연평균 2.6% 성장하고 있다”며 “달러 강세의 본질이 자본 이동 방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 흐름은 구조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