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000피’를 눈앞에 두고 다시 한 번 ‘상법 발(發) 훈풍’ 기대를 키우고 있다. 코스피는 16일 장중 4840.74포인트까지 올라 5000포인트까지 160포인트도 채 남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논의에 속도를 내는 흐름이 주가에 우호적인 수급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현안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코스피 상황과 관련해 더 공정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며 “사법개혁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민생법안 처리도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주주총회 시즌 이전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제도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기존 물량도 유예 뒤 소각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자사주)을 일정 기간 안에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목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자기주식의 소각의무’ 조항을 신설해 원칙적으로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했고,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했다.
수급 측면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건 ‘발행주식 수 감소’다. NH투자증권은 최근 10년간 코스피 상장기업의 합계 주식 수가 연평균 약 2%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연평균 10.5% 성장해,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순이익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유가증권 시장은 구조적으로 주식 수 증가가 EPS 성장을 제약해왔다”고 말했다.
3차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코스피 상장기업의 주식 수가 연평균 1%가량 추가로 감소하면서 코스피가 재평가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주식 수가 줄면 순이익과 순자산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EPS와 주당순자산가치(BPS)도 구조적으로 상향될 것”이라며 “코스피의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더 높게 평가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감도 코스피엔 우호적…단기 과열 경계도
증권가에선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증시 대기자금도 코스피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에선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통화정책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기 쉽다”며 “올해 1분기 물가는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우려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돼 완화정책 기대감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증시 대기자금 규모가 상당해 매수 여력도 충분하다고 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5일 기준 92조603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늘었다.
다만 ‘쉼 없는 상승’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단기 상승으로 인해 피로도가 증가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며 “연이은 급등 이후에는 단기 과열 해소와 매물 소화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재 이 질주를 막을 악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가장 큰 리스크”라며 “쉼 없이 달려온 만큼, 단기 과열에 따른 기술적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