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들어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 증시 상승폭은 둔화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 기대와 함께 각국의 유동성 환경, 정치적 변수들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 유입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 한·중·일 증시, 연초부터 ‘기록 행진’
지난 14일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8% 상승한 5만4341.23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5만4000선을 돌파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기업 채산성 개선 기대와 함께,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조기 총선 가능성이 부각되며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영향이다. 연초 이후 닛케이225지수 상승률은 7.9%에 달한다.
중국 증시도 정책 기대를 바탕으로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와 유동성 공급 기대가 반영되며 연초 이후 4% 상승했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같은 기간 5.3% 오르며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고점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 부진했던 중국 빅테크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기술주 반등이 나타난 영향이다.
국내 증시 역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11% 상승하며 올해도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 업종 이후 자동차·방산 등으로 수급이 확산되며 순환매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
◇ M7 성장세 둔화…미국 증시는 상대적 부진
반면 미국 증시는 아시아권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S&P500지수는 1.2%, 다우존스지수는 2.3% 상승에 그쳤고, 나스닥종합지수는 1% 오르는 데 머물렀다.
특히 대형 기술주 중심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이른바 ‘M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테슬라·아마존)의 연초 이후 평균 상승률은 –1.45%를 기록했다. 메타는 –6.5%로 가장 부진했고, 알파벳만 7.3%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M7이 갖는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7 종목 대부분은 지난해 S&P500 지수 상승률(16%)을 밑도는 성적을 냈으며, 올해 첫 증시 개장 이후에도 M7 지수 상승률은 0.5%에 그쳐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1.8%)을 하회했다.
◇ “고평가된 美 주식 대신 아시아 선호 지속”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보다 아시아 및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3주간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60억7000만 달러가 순유출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 주식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라고 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주식 펀드에는 119억8000만 달러가 유입되며 2025년 5월 이후 최대 주간 유입을 기록했고, 아시아 주식 펀드 역시 45억2000만 달러의 순유입을 나타냈다.
파크레스트의 마이클 파르 회장은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중심 투자에 집중되면서 투자자들이 2026년에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다른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오팔 캐피털의 웨인 위커 사장은 “M7이 눈부신 성과를 거뒀지만, 이제는 미국 이외 지역의 주식이 훨씬 저렴해 보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2026년을 내다보는 지금,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