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로고. /조선DB

“외국인은 빠지는데 개인 투자자는 계속 받는 걸 보니까 딱 고점 같아요.”(한 반도체주 투자자)

잘 나가던 국내 대표 반도체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며칠간 박스권에 머물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20년 말~2021년 초 코로나 불장 당시 고점에서 장기간 발이 묶였던 개인 투자자들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이번에도 반도체 고점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연초 박스권에 갇힌 반도체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13만원대 안팎을 오가면서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새해 들어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지난 13일까지 4거래일 가운데 사흘은 하락하고 하루만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13일까지 8거래일 가운데 엿새 상승, 이틀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연초 67만원대에서 지난 8일 75만원대까지도 올랐지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최근에는 73만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말의 강한 상승세에 비하면 상승 탄력이 둔화된 셈이다.

최근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도체 고점 불안’을 언급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시 지리한 3년이 시작되는 것 같다”, “대폭락 전 마지막 기회. 절대 신용 매수 금지” 등이다.

◇외국인 매도에 커진 불안

2020년 말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유입 속에 전개된 코로나 불장 당시 삼성전자는 9만6800원까지 치솟은 뒤 급락해 10개월간 6만원대까지 밀렸다. 이후 수년간 5만~8만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물린 개미’의 상징이 됐다.

당시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순매수와 외국인의 순매도가 하락 신호로 해석됐는데 최근 흐름이 유사하다는 인식이 투자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7~13일)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1·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6247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들은 삼성전자를 2조3790억원, SK하이닉스를 5604억원 각각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대거 받아냈다.

다만 증권가의 시각은 비교적 차분하다. 최근 주가 조정은 고점 논란보다는 단기 급등 이후의 숨 고르기 국면이라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15만5000원에서 18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테슬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와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본격 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단기 실적을 넘어 지정학적 안정성과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동시에 갖춘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개인들, 증시 조정에 대비

한편 증시가 새해 들어 조방원(조선·방산·원전)과 로봇주 등의 영향으로 가파르게 오르자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조정·횡보 가능성에 대비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개인 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상위권에는 지수 하락 시 수익이 나는 인버스·인버스2X(일명 ‘곱버스’)와, 강한 상승이 아니어도 분배금 수취를 노릴 수 있는 커버드콜 ETF가 나란히 올라왔다.

ETF체크에 따르면 13일까지 최근 1주일간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578억원), 2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1557억원)였다. 코스피200을 그대로 담는 KODEX 200(1291억원)도 상위권이었지만, 공격적으로 상승을 추격하기보다는 방어형(커버드콜)을 늘리고 지수 하락에 대비하는 상품을 함께 담는 패턴이 두드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개인은 지수 상승 시 수익이 가중돼 커지는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팔아치웠다. 최근 1주일간 개인 순매도 1위는 KODEX 레버리지로, 개인은 이 상품을 122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어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847억원)가 순매도 2위였다. 지수가 상승한 국면에서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비율을 줄이며 ‘과열 부담’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