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로고. /조선DB

“외국인은 빠지는데 개인 투자자는 계속 받는 걸 보니까 오늘이 딱 고점 같아요. 코로나 불장 때 8만전자에 물려서 몇 년을 버텼던 기억이 있어 이번엔 욕심 안 부리고 차익 실현하고 잠시 쉬려 합니다.”

잘 나가던 국내 대표 반도체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며칠간 박스권에 머물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20년 말 ~ 2021년 초 코로나 불장 당시 고점에서 장기간 발이 묶였던 개인 투자자들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이번에도 반도체 고점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 타 테마로 수급 이동했나…박스권에 갇힌 반도체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전 거래일 대비 0.86% 하락한 13만7600원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이날도 정규장 시작 전 프리마켓에서 0.51%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14만1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이후 상승 탄력이 둔화되며 고점 대비 2% 이상 밀린 상태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전날 SK하이닉스 주가는 1.47%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가파른 랠리를 이어왔으나, 지난 8일 주가가 75만원을 돌파한 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최근에는 73만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 “코로나 불장 데자뷔”…외국인 매도에 커지는 불안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점 불안’을 언급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14만원이 정점이었고, 다시 지리한 3년이 시작되는 것 같다”, “대폭락 전 마지막 기회. 절대 신용매수 금지” 등의 글이 대표적이다.

투자자 불안은 현재 장세가 코로나 불장 당시와 닮아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2020년 말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유입 속에 전개된 코로나 불장 당시 삼성전자는 9만6800원까지 치솟은 뒤 급락해 10개월간 6만원 대까지 밀렸다. 이후 수년간 5만~8만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물린 개미’의 상징이 됐다.

당시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순매수와 외국인의 순매도가 하락 신호로 해석됐는데, 최근 흐름 역시 유사하다는 인식이 투자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1년 1월 5일부터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전고점을 기록한 1월 11일까지 일주일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3조14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인 선호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도에 나섰던 흐름이 관측됐다.

최근 수급 구조도 닮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1.7~13일)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1·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6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들은 삼성전자를 2조 3800억원, SK하이닉스를 5600억원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대거 받아냈다.

◇ 증권가는 “조정은 숨 고르기”…장기 전망은 낙관

다만 증권가의 시각은 비교적 차분하다. 최근 주가 조정은 고점 논란보다는 단기 급등 이후의 숨 고르기 국면이라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5만5000원에서 18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와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본격 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단기 실적을 넘어 지정학적 안정성과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동시에 갖춘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연속적인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최근 급등주들의 쏠림 현상 되돌림이 출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