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가가 연초부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29만6500원이던 주가는 12일 36만7000원까지 올라 2주일 남짓 만에 약 24% 상승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주가 급등의 촉매로 ‘로봇’을 꼽는다.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로보틱스·자율 주행·스마트 팩토리 등을 묶은 ‘피지컬 AI’ 로드맵을 공개하면서다. 해외에서도 자동차·로봇·인공지능(AI)이 한데 묶이는 흐름이 뚜렷하다. 로이터는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스스로를 ‘피지컬 AI 회사’로 규정하며 로보 택시·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계획을 함께 내놨다고 전했고, 엔비디아 등도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통 완성차로 분류되던 현대차가 ‘로봇 모멘텀’을 갖춘 종목으로 재해석되며 목표 주가도 줄상향되는 흐름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로봇 생산에 뛰어드는 이유…현대차·테슬라의 공통분모
완성차 업체가 로봇 산업으로 발을 넓히는 배경엔 ‘성장률’이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2배를 형성할 것”이라면서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생산 능력(원재료 수급·가공, 부품·시스템 제조, 원가·생산 관리 등)과 이미 구축된 생산시설·밸류체인을 활용해 로봇 산업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축으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 로봇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왔다. CES 2026에서는 아틀라스가 오프라인으로는 처음으로 공개됐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이 넘어지는 등 기술 리스크가 있음에도 아틀라스가 대중에 공개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그만큼 기술이 안정화되고 상용화를 추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이면서 동시에 ‘로봇을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한 회사’라는 점에서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된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내세워 공장 작업 등 반복 업무 수행을 장기 비전으로 제시해 왔고, 관련 인력도 늘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역시 자동차 공장이라는 대규모 생산 현장을 기반으로 로봇이 학습·검증되는 환경을 보유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자동차 공장 데이터에 집중한다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고위험·고온), 현대글로비스(물류) 등 다양한 산업군의 실제 물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의 다양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우위”라고 말했다.
◇목표주가 줄상향…“자동차”에서 “피지컬 AI”로 밸류에이션 공식이 바뀐다
이에 증권가에선 현대차 목표 주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흥국증권은 13일 현대차 목표 주가를 기존 33만원에서 4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증권사 마건우 연구원은 “기존에 강점으로 평가받아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하드웨어 역량 대비 불확실성이 존재했던 소프트웨어 역량이 구글 딥마인드와의 협업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됐고, 2028년부터 연간 3만대 규모의 양산 계획과 제조 현장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제시되면서 로보틱스 사업이 상당 부분 현실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이날 현대차 목표 주가를 기존 34만원에서 45만원으로 올렸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신사업을 로봇(로보틱스), 무인 택시(로보택시), 소프트웨어로 운영하는 공장(SDF)으로 정리하면서 “이 세 분야에서 사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가 잡히기 시작했고, 함께할 파트너(협력사)도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과 IBK투자증권도 현대차 목표 주가를 각각 48만원, 43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다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현대차 목표 주가를 45만원으로 유지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급등한 만큼 CES 모멘텀이 잦아들면 단기 차익 실현이 나올 수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관세 영향이 이어져 기대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26년 신차 출시와 실적을 감안하면 주가 수준이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다”며 “주가가 내려갈 때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