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뉴스1

국내 증시가 연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또한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들이 투자자 자금에 지급하는 예탁금 이용료율은 낮아지고 있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증권사의 금리와 같은 개념으로, 증권사가 투자자 예탁금을 운용하고 지급하는 이자율을 의미하며 예탁금 이용료율이 인하될 경우 투자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며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추는 최근의 행태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 배만 불리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 투자자 예탁금 사상 첫 90조원 돌파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92조853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소외감이나 두려움)’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대기성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43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1거래일만에 4400, 2거래일만에 4500선을 돌파했다. 9일에도 종가 기준 0.75% 상승한 4586.32에 장을 마감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예탁금 증가는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증시 상승 국면에서 추가 매수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 예탁금은 늘었는데…원화 이용료율은 인하

문제는 예탁금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증권사들이 지급하는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국내 5대 증권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의 최근 예탁금 이용료율 변동을 조사해본 결과, 지난 1일부터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3곳이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고, 삼성증권은 일부 구간에서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했다.

NH투자증권은 100만원 이하 예탁금에 적용하던 이용료율을 연 1%에서 0.8%로, 1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0.6%에서 0.4%로 낮췄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100만원 이하 구간은 유지했지만, 100만원 초과분 이용료율을 각각 1.05%에서 0.9%로, 0.75%에서 0.6%로 인하했다.

◇ 외화 예탁금은 ‘우대’…달러는 최고 연 2%

원화와 달리 증권 계좌에 달러를 보유할 경우 지급되는 이자인 외화 예탁금 이용료율은 오히려 인상 추세다.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은 최근 미 달러화 기준 평균 잔액이 100~1000달러인 예탁금에 대해 최고 연 2% 수준의 이용료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 유치 경쟁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이 환율 안정을 이유로 증권사들에 해외 주식 수수료 인하 등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주문하자,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다른 방안을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주식 관련 이벤트나 서비스는 대부분 증권사가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고 지금으로선 외화 예탁금 금리가 서학개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라며 “외화 예탁금 이용료율을 늘리는 과정에서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을 줄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