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해 4분기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의 상장사 주식 평가액이 한 분기 만에 7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5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3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도 역대 최고로 뛰어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 대상인 상장사의 주식 평가액은 266조13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말(9월 30일) 196조4442억원과 비교해 69조6944억원(35.48%) 늘었다.
◇‘평가액 70조 증가’의 3분의 2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국민연금 주식 평가액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상승 영향이 컸다. 4분기 평가액 증가 폭이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평가액이 각각 26조1882억원, 21조967억원 늘었다. 두 종목 증가분 합계(47조2849억원)는 같은 기간 국민연금 전체 주식 평가액 증가분(69조6944억원) 가운데 67.85%를 차지한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분율이 지난해 3분기 말과 지난 7일 기준 각각 7.75%, 7.35%로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이 평가액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주가는 63.95% 올랐고 SK하이닉스는 106.11% 상승했다. 백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서버 중심의 고사양·고용량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이후 모바일·PC 등 소비자 IT 수요까지 더해지면 가격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에 이어 평가액 증가 폭이 큰 종목은 SK스퀘어(2조9595억원), 현대차(2조281억원), 삼성에피스홀딩스(1조1618억원) 순이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난해 11월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인적분할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주사다.
◇개인은 ‘3조 순매수’…삼성전자 신용 잔고도 ‘역대 최대’
최근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삼성전자엔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5~9일 개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2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기준으로는 2024년 9월 9~13일(2조953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개인은 5일부터 9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개인이 SK하이닉스를 1670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을 근거로 목표 주가를 올리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제시한 삼성전자 평균 목표 주가는 15만4423원으로, 현재 주가(13만9000원) 대비 11%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D램, 낸드 가격이 각각 87%, 57%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했다. 류영호 삼성증권 연구원도 “경쟁사 대비 물량 측면의 강점이 있는 반면 2026년 말 기준 PBR은 1.8배로 기타 메모리 업체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대비 저평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자 신용 잔고도 늘고 있다. 신용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신용 잔고는 지난달 29일 이후 이달 8일까지 7거래일 연속 늘면서 역대 최고치인 1조9770억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기 위해선 공급 확대 등 조건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 호황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은 대형 그래픽처리장치(GPU) 고객사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가격 상승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고객들의 메모리 확보가 어느 정도 충족된 이후엔 수요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