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 연합뉴스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섰다. 7일 뉴욕 증시에서 알파벳 주가는 전날보다 2.4% 오른 321.98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애플 주가는 0.77% 하락한 260.3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알파벳이 3조8900억달러(약 5600조원)로 엔비디아(4조6000억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애플(3조8500억달러)은 3위로 밀려났다.

알파벳이 애플을 추월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알파벳이 미국 시총 2위에 오른 것도 2018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알파벳은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총 톱3’에 재진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애플까지 넘어섰다. 시장에선 이번 역전을 두고,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의 상반된 전략이 주가와 기업 가치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파벳, ‘AI 플랫폼 장악’ 기대감

알파벳은 AI 분야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며 재부상했다. 지난해 11월 7세대 TPU(텐서 처리 장치) ‘아이언우드’를 공개해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대체할 잠재적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12월에는 ‘제미나이 3’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에 알파벳 주가는 지난 한 해 66%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주가가 두 배로 뛰었던 2009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수요 급증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2025년 3분기까지 구글 클라우드 부문에서 체결한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계약 건수가 이전 2년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대형 계약이 늘었다는 언급은 AI 인프라 수요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가를 밀어 올린 또 다른 동력으로는 규제 리스크 완화 기대가 거론된다. 구글을 겨냥한 연방 반독점 소송에서 시장이 우려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비켜갔다는 평가가 퍼지면서다. BNP파리바의 닉 존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알파벳이 AI 플랫폼 시장을 장악할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심리 측면에서 ‘버크셔 효과’도 거론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알파벳 주식을 43억3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여전히 버크셔가 하는 일은 따라 할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플, 시리 지연에 AI 불확실성 커져

반면 애플은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본격화한 기술 업계의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당초 차세대 시리(Siri) AI 비서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미뤘고, 보다 개인화된 ‘새로운 시리’를 2026년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에선 ‘AI 핵심 기능을 언제, 어떤 형태로’ 소비자 제품에 녹여낼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누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애플의 지난해 주가 상승률(9%)은 S&P500 상승률(16.4%)에도 미치지 못했다.

투자은행(IB) 레이먼드제임스는 최근 애플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며 “애플의 올해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 멜리사 페어뱅크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소비자 하드웨어, 생태계 및 서비스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가치의 상당 부분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주주 환원 여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애플 주식 투자의 큰 장점은 ‘주주 친화적 기업’에 있으나, 최근 애플은 그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했다.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 향후 4년간 미국 내 재투자 6000억달러를 약속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만큼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쓸 돈이 줄어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이런 흐름 등을 감안해 애플에 대해 ‘운용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