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김 부장은 속이 터진다. 직원들이 말귀를 못 알아먹고, 매번 일을 엉망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시를 내리면 매번 딴소리만 한다. 직원들과의 대화는 꼭 이렇게 시작된다. “아, 그게 아니라!” 직원들 말을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다.
정 사원은 오늘 밤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열심히 하는데 돌아오는 건 무시와 짜증이다. 김 부장 말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런데 질문하면 짜증부터 낸다. 소통이 안 되니 성과가 좋을 수 없다. ‘진짜, 이 회사 그만둬야 하나’ 또 고민한다.
지난해 데이터 컨설팅 기업 PMI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자주 느끼는 대상으로 ‘직장 내 동료 또는 상사’(41.5%)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족(19.2%), 이웃·지인(16.8%) 순이었다. 스트레스 주요 원인으로는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음’(51.6%)이 가장 많았다. ‘갈등이 반복되거나 해결되지 않음’(46.4%)이 뒤를 이었다.
직장은 단순히 업무만 수행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인간관계가 얽힌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 안에서의 의사소통 오류나 역할 기대치, 상하 관계의 갈등 등이 스트레스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갈등을 줄이는 직장 내 의사소통 방법은 무엇일까.
올해로 사회생활 26년 차인 한석준 아나운서는 최근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꼰대가 될 수 있고, 존경하는 상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말하기 수업’, ‘대화의 기술’ 등의 저자이자, 기업 현장에서 소통 강연을 이어오고 있는 그에게 직장 내 갈등을 줄이는 다섯 가지 소통의 기술을 들어봤다.
①상대방 말을 자르지 마라
첫째는 남의 말을 자르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는데 “아니야, 그건 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내 말을 하나도 이해 못 했네”라며 자르는 건 안 된다. 한 아나운서는 “이는 상대방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내 기분을 말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고쳐야 할 점만 말해야 한다. 직원의 실수를 지적하면서 “내가 네 나이 때는 이런 실수 안 했어”라고 말하는 것도 사족이다. 한 아나운서는 “대신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며 “결국엔 일을 잘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②쉽게 풀어서 말하라
둘째는 상대방 입장에서 쉽게 풀어서 말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면 “나는 정확하게 말했는데, 왜 못 알아들을까”라며 화부터 낼 일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방식이 잘못되진 않았는지 먼저 고민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부터 말하다 보면 지루해지기 쉽다. 한 아나운서는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나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경일 아주대 교수 등과 말하다 보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것이 ‘대가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③긍정적으로 말하라
한 아나운서는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없다”며 “업무 능력이 뛰어난데 말로 깎아 먹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만약 상대방이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해’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유튜브로 망해본 사람이에요. 그러면 ‘내가 유튜브 해봤는데 이렇게 실패한 적이 있어’라는 말은 할 수 있죠. 그런데 ‘야, 네가 되겠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가 좋아하겠어요?”
‘긍정 화법’이 좋은 건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람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한 아나운서는 “황 CEO는 자신이 그리는 긍정적인 미래에 사람들이 빨려가도록 말한다”고 했다.
황 CEO의 또 다른 특징은 경험담을 꼰대스럽지 않게 말하는 것이다.
“경험담은 양날의 칼입니다. 잘못하면 ‘라떼는 말이야’가 돼요. 그런데 황 CEO는 ‘난 이렇게 고생해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됐어’가 아닌 ‘난 이렇게 되기 위해 이런 일부터 했어’라며 세대 간 소통하는 거죠.”
④직급이 높을수록 큰 비전으로
한 아나운서는 직장 내 직위에 따라 화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대리가 사원에게 하는 말하기와 팀장이 과장에게 하는 말하기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가 대리고 후배가 신입 사원이라면 세세한 디테일까지 알려줘야죠. 그러나 지위가 높아질수록 큰 비전을 보고 말해줘야 합니다. 대리가 사원 나무라듯 하면 안 되죠.”
⑤발표는 세 가지로 요약
대표나 임원들이 연설할 때 중요한 것은 구어체로 말하는 것이다. 한 아나운서는 “연설이 지루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이유는 문어체로 말하기 때문”이라며 “비서들이 문어체로 써줘도, 구어체로 바꿔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는 세 가지로 요약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사람이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다. 한 아나운서는 “애플은 보고서도 세 가지로 요약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