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코스피 급등 흐름이 이어지자 증권가가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를 서둘러 상향 조정하고 있다.
6일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은 코스피 전망 밴드 상단을 5200선까지 올려 잡으며 반도체 업황과 이익 눈높이 상향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반도체 실적 상향’ 논리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 줄상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새해 전망을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치를 다시 고쳐 잡는 흐름을 두고 “주가 전망이 아니라 증시 중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KB증권 “삼성전자 18만원 간다”
삼성전자 주가가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7.2% 상승한 데 이어 둘째 거래일인 5일에도 7.5%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잇따라 올리는 분위기다. KB증권은 6일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18만원으로 12.5% 상향했는데, 현재까지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목표 주가다. 같은 날 신한투자증권도 기존 14만7000원에서 17만3000원으로, 키움증권과 DS투자증권도 목표 주가를 17만원으로 올려잡았다.
KB증권은 목표 주가 상향의 배경으로 2026년 실적 추정치 상향을 들었다. KB증권은 메모리 수요 증가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27.1% 올린 123조원으로 조정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다. 엔비디아와 구글 등 빅테크 고객사에서 올 1분기 HBM4 최종 품질 승인이 예상되고 2분기부터 출하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월 현재 D램·낸드 수요는 공급을 30% 이상 상회하고 있다”며 “HBM4는 올 1분기 최종 품질 승인 이후 2분기부터 출하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3배 증가해 점유율이 작년 16%에서 올해 35%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가 8일 지난해 4분기(9~12월)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KB증권은 4분기 매출 90조원, 영업이익 20조3000억원을 예상하며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벽두부터 코스피 전망치 상향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실적 눈높이가 올라가자,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예상치도 함께 올려 잡기 시작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를 기존 3800~4600포인트에서 4200~5200포인트로 올렸다.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늘고 HBM과 서버용 D램 가격이 크게 뛰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가장 낙관적인 경우로 봤던 그림이 이제는 기본 시나리오가 됐다는 것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수출과 가격 흐름은 기존 전망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HBM과 서버용 D램 계약 가격의 ‘퀀텀 점프’가 2026년 코스피 실적 눈높이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은 최악 시나리오에서도 코스피가 4600 선은 넘을 것이라고 봤고, 반도체 실적이 추가로 상향되는 ‘베스트 시나리오’에서는 6000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봤다.
키움증권도 이날 코스피 전망치를 올렸다. 키움증권은 외국인 매수세와 기업 이익 개선 흐름을 근거로 들며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3500~4500포인트에서 3900~5200포인트로 올려 잡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상 4분기 실적은 성과급 지급, 일회성 비용 반영 등으로 기대치가 높지 않은데, 이번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은 메모리 가격 강세 지속, 우호적인 환율 환경, 마이크론 주가 강세에 따른 낙수 효과 등이 겹치며 시장 기대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재빠른 대응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새해 전망을 내놓은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코스피 전망치를 수정하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전망이 아니라 중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