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이러다 삼전(삼성전자) 주가가 진짜 20만원 되면 배 아파서 어쩌나 싶어서 오늘 14만원에 샀어요. 8만원에도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너무 불안해서….”

“원래 좀 갖고 있었는데, 가망 없는 이차전지주 팔아서 ‘불타기(오를 때 추가 매수)’ 들어갔습니다.”

AI(인공지능)발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 기대로 주요국 증시가 반도체 강세장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코스피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리고 있다. 7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4600선을 돌파한 후 전날보다 0.57% 오른 4551.06에 마감했다. 새해 들어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코스피 5000선까지는 어느새 약 10%만 남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하지만 반도체 ‘투톱’ 중심으로 코스피가 오르자, 주가가 너무 급등해 반도체 주식 투자를 포기했거나 다른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코스피는 사상 최고라는데, 내가 가진 주식은 왜 안 오르나”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주식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호소하거나 “지금 사도 되느냐”고 묻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투톱만 가는 증시

지난해 76% 올라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코스피 지수는 새해 들어서도 4거래일 만에 8%가 뛰어 주요국 중에서 압도적인 상승률 1위다. 코스피 상승의 일등 공신은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올 들어 7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7.6%, SK하이닉스 주가는 14.0% 치솟으며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 두 종목의 주가 상승 기여도는 92%에 달한다. 이런 쏠림에 주식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7일도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 기록을 썼지만, 전체 841개 종목 중 상승 종목은 20%였고 나머지 80%는 보합이거나 하락했다.

A증권사 대표는 “지금 장세는 오직 반도체만 가는 반도체 장세”라며 “주가지수는 반도체 종목 주가 상승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에 쏠리는 글로벌 자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 광풍 속에 메모리 반도체도 동반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반도체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은 나라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6일 뉴욕 증시에서 스토리지(저장 장치)·플래시 메모리 기업인 샌디스크 주가는 27.6%,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는 10% 급등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스토리지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오늘날 완전히 미개척된 시장이며, 앞으로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병목 현상’을 언급했다.

누가 메모리 반도체를 더 많이 더 빨리 확보하느냐 경쟁이 붙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단가를 높여 부르고 있다. 덕분에 두 회사의 실적 눈높이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티그룹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20만원, 맥쿼리증권은 24만원까지 높여 잡았다. 맥쿼리는 SK하이닉스 목표가를 112만원으로 제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최근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부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했다.

거세지는 ‘포모’

개인 투자자들은 앞서 6일에만 삼성전자를 1조4000억원어치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것)하는 등 불타는 주가에 오히려 올라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의 순매수 기록은 삼성전자 순매수로는 역대 다섯 번째 규모였다.

과거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들의 순매수가 몰렸던 날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는 국면에서 ‘저가 매수’하려는 심리가 컸던 날이었다. 하루 2조원 넘는 사상 최대 순매수 기록이 세워진 2021년 8월 13일도 주가가 7만7000원에서 7만4000원대로 3% 이상 빠진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주가가 오를수록 순매수가 더욱 강하게 몰리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는 국면에서 아직 못 산 이들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서둘러 매수 행렬에 동참하는 전형적인 포모 장세의 모양새라는 게 여의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약어로, 뒤처지는 것에 대한 소외감이나 두려움을 뜻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상승장에서 나 홀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