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전례 없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을 촉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반도체 핵심 생산 거점인 한국과 대만 증시가 5일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사상 최대인 38.2%까지 높아졌다.
5일 코스피 지수는 3.43% 급등한 4457.52로 마감, 사상 처음으로 4400선을 뚫었다. 새해 들어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7.47%, 2위 SK하이닉스가 2.81% 올랐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이날 900조원을, SK하이닉스는 500조원을 돌파했다.
이날 대만 TSMC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어드밴테스트 등 각국 대표 반도체 회사 주가도 5~7%대 동반 상승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2.57% 오르며 사상 처음 3만 선을 돌파했고, 일본 닛케이평균도 2.97% 오른 5만1832.8에 마감해 사상 최고가에 바짝 다가섰다.
◇반도체 열풍…韓·臺·日 증시 불났다
새해 벽두부터 한국, 대만, 일본 증시에 불이 붙은 배경에는, AI발 반도체 수퍼사이클 기대에 미국에서 경쟁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먼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앞서 2일 뉴욕 증시에서 플래시 메모리 회사인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주가는 각각 16%와 10.5%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다.
‘메모리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최근 사상 최대 분기 실적과 함께 올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물량이 이미 완판됐다는 것을 알리면서,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 투자금이 몰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도 8일 4분기(10~12월)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역대 최대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2거래일 연속 7% 넘게 주가가 뛰고 있다.
AI 열풍의 한복판에 선 아시아 증시는 지난해에도 상승률이 전 세계 증시 대비 5%포인트 이상 높았다. 다만 최근 한국·대만·일본 증시가 사실상 ‘AI·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처럼 움직이고 있어, AI 업종 의존도가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싼 아시아가 AI 관련 투자에 더 적합한 시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한국이나 대만처럼 일부 대형 기술 기업에 시장이 과도하게 집중된 모습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AI 랠리가 이어질수록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켄 웡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주식 포트폴리오 전문가는 “AI 관련 전반적인 설비 투자가 둔화되거나 실적 성장 경로가 약화되기 시작한다면, 그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미들은 팔고 거꾸로 간다
코스피가 4400선을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국내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주(12월 26일~1월 2일) 코스피200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 반대로 추종하는 ‘KODEX200선물인버스2X’에 약 18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일에도 이 ETF에 202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역시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인버스’에 626억원이 들어왔다.
또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 한 주 동안 1조840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개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889억원, 7644억원 순매도하는 등 특히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 거셌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하자 ‘이만하면 됐다’는 차익 실현 심리, 또 ‘곧 조정(하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