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알려진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당시 반사 수혜 기대를 받았던 종목들의 주가는 대부분 ‘초반 급등 이후 제자리’ 흐름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시장 지위가 견고한 데다 실제 이용자 이탈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주가에 붙었던 프리미엄이 빠르게 소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사건 대응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여기에 홈플러스 점포 영업 중단·폐점 확대까지 겹치면서 유통 채널 간 ‘미세한 수요 이동’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쿠팡 사태 수혜주 ‘반짝’에 그쳐
‘쿠팡 사태’ 이후 우선 수혜주로 꼽힌 종목은 CJ대한통운이었다. 쿠팡에 물량이 집중되며 정체됐던 물동량이 경쟁사 물류로 분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지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11월 28일 9만1300원에서 지난달 18일 10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9만5000원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CJ대한통운뿐 아니라 네이버·이마트·롯데쇼핑 등도 쿠팡 사태 ‘대안’으로 묶였지만 주가는 탄력을 받지 못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28일 24만4000원에서 지난달 5일 24만9500원까지 오른 뒤 현재 24만7000원으로, 사태 전 대비 1% 남짓 상승에 그쳤다. 이마트도 11월 28일 7만8200원에서 12월 16일 9만900원까지 올랐다가 1월 2일 8만200원으로 내려왔다. 롯데쇼핑은 현재 주가(6만8600원)가 사태 전 종가(7만1500원)보다 4%가량 낮다.
주가와는 별개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 지표에서는 쿠팡에서 경쟁사로의 ‘미세 이동’이 확인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모바일 앱 기준)는 지난해 11월 넷째 주(11월 24~30일) 2784만3021명에서 12월 넷째 주(12월 22~28일) 2668만5323명으로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G마켓은 344만1968명에서 355만8432명으로 3.4% 늘었고, 11번가도 378만1113명에서 401만8122명으로 6.3% 증가했다. 네이버플러스도 325만197명에서 374만5743명으로 늘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대안을 적극 탐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 흐름이 단기 이용자 수 증가를 넘어 중장기 고객을 묶어 두는 ‘락인’으로 이어질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주가 오르려면’… 증권가가 본 이마트·롯데쇼핑·대한통운 변수
문제는 트래픽 증가가 곧바로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쟁사들이 이용자 유입을 위해 판촉·배송 프로모션을 강화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져 업종 전반의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G마켓, 11번가, 컬리 등은 트래픽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판촉 및 배송 관련 프로모션을 강화하면서 주간 활성 이용자 수가 쿠팡 사태 이전 대비 증가한 상황”이라면서도 “판촉 및 배송 관련 프로모션으로 인해 업종 전체 수익성에는 일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쿠팡 이탈’ 테마보다 자체 온라인 경쟁력이 더 큰 숙제로 꼽힌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요인은 온라인”이라며 “못해도 너무 못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전략이 뚜렷해지지 않으면 반사 수혜 기대가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업황이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시장 눈높이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만원을 유지했다. 5%대 배당 수익률도 주가 방어 요인으로 거론된다.
CJ대한통운은 ‘사건 수혜’가 아니라 실적으로 확인될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오정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 사태에 따른 일회성 수혜가 아닌 구조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1만원을 제시했다. 주 7일 배송 확산과 신규 화주 유치 등이 물동량 증가로 이어질 경우 주가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