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가 75% 넘게 급등하며 사상 처음 4000선을 넘어섰지만, 새해에도 증권가는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 본지가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 리서치센터장에게 2026년 주식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전망치를 4000~5500포인트로 제시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500~4500포인트 범위를 제시해 가장 보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나머지 센터장들은 대체로 코스피 하단을 3700~4000선, 상단을 4600~5300선에 두며 ‘4000선 안착 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뒀다.
상승 전망의 근거는 크게 두 갈래였다.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 이익을 끌어올리고, 밸류업·상법 개정 등 주주환원 강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의 명분을 제공한다는 논리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상 분쟁 재점화, 미국 물가 재상승, AI 수익화 논쟁이 겹치면 하반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도 함께 제기됐다.
◇상반기 ‘탄력’ vs 하반기 ‘흔들림’
센터장들은 ‘연간 우상향’을 기본으로 두면서도, 연중 흐름은 ‘상반기 강세-하반기 변동성’에 가깝다고 봤다. 이종형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 중심의 이익 사이클이 지속하고 글로벌 유동성 확장 기조도 이어지며 상반기엔 상승세가 예상된다”면서 “하반기에는 AI 설비투자와 실적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익 가시성이 높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교체 이슈 등으로 유동성 확대 기대가 큰 상반기의 주가 상승률이 하반기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가 올라갔다가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는 ‘옆으로 누운 N자형’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고점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저점 시기와 ‘계기’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에는 미국 경기·고용 불확실성 확대가 조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고, 이종형 센터장은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본격화되는 2~3분기”를 저점 후보로 제시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에는 이익 추정치 하향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며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톱픽’…조선·전력·증권·은행도 유망
실적 전망은 코스피 추가 상승론의 가장 단단한 근거로 꼽혔다. 센터장들은 대체로 올해 코스피 기업의 전년 대비 이익 성장률이 30% 후반~40%대 초반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윤창용 본부장은 “AI 확산으로 반도체·전력·기기 수요가 늘고, 수출 증가세 지속으로 인한 환율 안정, 유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코스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넘게 증가할 것이란 공격적인 전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저유가·약달러·저금리의 ‘3저(低) 호황’이 이어지면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이 함께 올라가는 흐름이 가능하다”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도 더해져 코스피 상장사 이익은 전년 대비 61.8%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실적 눈높이가 높아진 배경으로는 ‘반도체’가 꼽혔다. 센터장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AI 메모리 사이클과 범용 메모리 가격 흐름이 코스피 이익 수준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황승택 센터장은 “반도체가 2026년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가장 높은 섹터로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망에 힘입어 리서치센터장 10명 모두 올해 추천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반도체 다음으로는 조선, 전력·전력기기, 증권·은행(금융)이 추천 업종에 올랐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조선업 핵심 키워드는 군함과 LNG 운반선”이라며 조선 업종 톱픽으로 HD현대중공업을 꼽았다. 윤석모 센터장은 증권 업종에 대해 “거래 대금 증가와 우호적 규제 기조 속에서 재평가 여지가 있다”고 했고, 김동원 본부장은 원전 산업을 유망 축으로 들며 “올해는 수주, 착공 등 원전 프로젝트의 실질적 진전이 가시화되는 ‘현실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전력·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를 추천했다.
◇관세·물가·AI 수익화가 하반기 변수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논쟁은 이어지지만 붕괴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답이 많았다. 조수홍 본부장은 “AI 버블 붕괴를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AI는 사회·경제 시스템 재설계를 동반하는 필수 인프라”라고 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AI 성장 우려는 존재하지만, 구글·오픈AI 등에서 실제 상용화가 나타나며 진정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익화와 밸류에이션 논쟁이 본격화될수록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다”고 했고, 박희찬 센터장도 “상승 기대가 우위지만 변동성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대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조수홍 본부장은 환율이 1390~1500원대를 오갈 것으로 예상했고, 유종우 본부장(1350~1500원), 이진우 센터장(1380~1480원), 이종형 센터장(1380~1500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자산배분 전략은 ‘주식 비중을 기본으로 두되, 채권·대체투자를 함께’가 공통된 조언이었다. 박희찬 센터장은 글로벌 주식 60%, 채권 20~30%, 대체 10~20%를 제시했고, 이진우 센터장도 주식 60% 내외, 채권 20% 내외에 대체(금 포함)와 현금을 일부 병행하는 구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