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산타 랠리’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러쉬’도 거세지고 있다. 단기 급등에 민감한 개인 투자자들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며 발을 빼는 반면, 외국인은 내년 이후 실적과 업황을 내다보며 비중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충분히 벌었다”…개미들은 매도 버튼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 26일 삼성전자가 한 달 반만에 ‘11만전자’ 수준까지 오르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이씨는 “시장에서는 16만원까지 간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워낙 빠르게 올라서 무섭기도 하고 이만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연말이 지나고 나서 한 번 조정이 있을 것 같아 우선 주식을 팔았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30일 NH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삼성전자 투자자 수는 57만2035명, SK하이닉스는 15만4282명이었으나, 지난 26일에는 각각 56만5170명, 14만5816명으로 줄었다. 불과 몇 주 사이 삼성전자는 약 7000명, SK하이닉스는 8000명 이상 투자자가 감소한 셈이다.
매매 동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3조2505억원, SK하이닉스를 2조7011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8.14%, 10.34%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자 추가 상승보다는 조정을 염두에 두고 수익 실현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거나 세금·현금 흐름을 고려한 매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외국인은 정반대…“이제부터 시작”
개인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쓸어 담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2위 종목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 SK하이닉스를 2조1565억원, 삼성전자를 1조858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세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맞물려 있다. D램 가격 반등 조짐과 함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등이 중장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줄줄이 반도체주 목표 올리는 증권가
증권가 역시 반도체 업종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29일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1만9500원에서 14만3000원으로 상향했다. 같은 날 NH투자증권 또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95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올렸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실적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초강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이 10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며 목표주가를 88만원으로 파격 상향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6년 압도적인 자기자본이익률(55.4% 예상)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저평가 영역이 지속되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2026년 실적 상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