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서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황금기를 맞았다. 천 개가 넘는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원자력·방산·반도체 등 구조적 성장 테마를 담은 ETF들이었다. 시장의 관심은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조방원, 반도체 상위권
29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연중 전체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ETF 중,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 올해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국내 상장 ETF는 PLUS K방산(181.4%)이었다. 2023년 출시된 방위산업 테마 ETF로, 한화오션·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 등 국내 방위산업 핵심기업들에 투자한다. HANARO 원자력iSelect(181.2%)가 2위를 차지하는 등 상반기 증시를 달궜던 ‘조방원(조선·방산·원전)’ 테마 관련 ETF가 다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약진에 힘입어 PLUS글로벌HBM반도체(166.4%)가 전체 ETF 중 3위에 올랐다. 이 밖에 금과 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HANARO글로벌금채굴기업(157.2%), KODEX은선물(H)(146.0%) 등 원자재 관련 ETF들도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강세장이었던 만큼 지수 상승 폭의 2~3배를 보장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 특히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수익률이 높았다. TIGER 200 IT레버리지 ETF, TIGER 반도체10레버리지, KODEX 반도체레버리지 등은 25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 상승률이 70%를 웃도는 강세장 속에서도 게임 테마 ETF들은 부진했다. 국내 주식형 ETF 가운데 KODEX 게임산업은 연초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반도체 중심…로봇·배당 ETF도 주목”
외형 측면에서도 올해는 ETF 시장의 기록적인 한 해였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총액은 295조7395억원으로 집계돼 3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종목 수도 빠르게 늘었다. 연초 941종목이었던 국내 상장 ETF 수는 이달 1058종목으로 늘었다. 순자산총액 역시 올해 초(182조8211억원) 대비 약 60% 증가하며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ETF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국내 ETF 시장은 정책적인 지원 및 반도체 등 주도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강화되면서 내년 300조원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단순 테마에 대한 편승보다는 실적 기반이 중요시될 수 있고, 이를 잘 선별할 수 있는 ETF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성장 테마는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는 “내년 국내 증시는 배당 분리과세 이슈가 있는 금융주와 삼성전자의 HBM 리더십 회복, 레거시 반도체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반도체주가 주목할 만하다”며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부각되는 지주회사도 관심 대상”이라고 했다.
육 본부장은 “반도체 ETF는 상품별로 투자 종목과 비율이 다른 만큼, 내년에는 이들 사이에서도 성과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AI 산업이 이끄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역시 주목할 분야로, 정부 정책 지원을 받는 로봇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로봇 ETF가 하나의 투자 테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