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훈

올해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는 등 국내 증시가 새 역사를 쓰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또한 사상 최대 호황을 맞았다. 지수 상승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가세하며 일부 ETF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세 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총 300조, ETF 1000개 시대 ‘기록의 해’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의 시가총액은 26일까지 295조7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280조원대에 머물던 시총이 한 달 새 10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난 23일에는 297조원까지 불어나며 3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ETF 종목 수도 빠르게 늘었다. 연초 935종목이었던 국내 상장 ETF 수는 26일 기준 1058종목으로 확대됐다. 시가총액 또한 올해 초(172조8200억원) 대비 약 70% 증가하며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증시 호황과 함께 상품 출시가 잇따르며 ETF 시장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레버리지 ‘싹쓸이’…조방원도 상위권

올해 국내 ETF 수익률 상위권은 반도체 중심 레버리지 상품들이 차지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 가운데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IT레버리지 ETF로 연간 수익률 263.44%를 기록했다. 해당 ETF는 코스피200 정보기술 지수를 기초로 일간 변동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수의 편입 비중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비중이 35%를 넘는 만큼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 두 대형주의 강세가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위는 TIGER 반도체10레버리지(260.23%), 3위는 KODEX 반도체레버리지(253.79%)로 뒤를 이었고, 4·5위에는 각각 TIGER 레버리지(222.11%), ACE 레버리지(221.73%) 등 레버리지 상품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할 경우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HANARO 원자력iSelect(173.68%)이었다. 상반기 증시를 달궜던 ‘조방원(조선·방산·원전)’ 테마에 힘입어 PLUS K방산(168.53%), TIGER K방산&우주(148.16%)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 게임 ETF는 ‘역주행’…내년에는 반등할까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70%를 넘어섰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테마도 있었다. 특히 수익률 하위권에는 게임 테마 ETF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인 것은 KODEX 게임산업으로, 연초 이후 -8.4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RISE게임테마(-8.32%), TIGER K-게임(-7.17%), HANARO FnK-게임(-6.03%) 등도 수익률 하위권에 머물렸다.

시장에서는 실적 가시성이 낮은 게임주 특성과 AI·반도체로 쏠린 자금 흐름이 겹치며 상승장에서도 상대적 소외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내년에는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출시 예정인 신작들의 실적은 올해 대비 개선될 전망이며, 구글–에픽게임즈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외부 결제가 허용되고 인앱 결제 수수료 인하 흐름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게임사들이 내년부터 자체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면 지급 수수료 절감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