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상장 이후 최고 시가총액 기준 1조원을 돌파한 곳이 11개사로 집계됐다. 코스닥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다. 상장 이후 사업 성과와 성장성이 부각되며 기업 가치가 빠르게 재평가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에임드바이오는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7060억원 수준이었지만, 상장 이후 한때 시가총액이 4조6000억원대를 웃도는 등 급등세를 보이며 현재는 코스닥 시총 13위까지 올라섰다.
28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5년도 코스닥시장 IPO·상장폐지 결산 및 향후계획’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고 총 84개사가 신규 상장했다. 이 가운데 일반 기업은 49개사로 전년(46개)보다 늘었지만, 기술 기업은 35개사로 전년(42개) 대비 줄었다. 스팩 상장도 상장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15곳 감소한 25곳에 그쳤다.
다만 공모 시장 지표는 개선됐다. 신규 상장기업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했고, 공모가 기준 상장 시가총액은 15조3000억원으로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상장기업 1곳당 평균 공모금액과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도 전년 대비 각각 12%, 17%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형급 상장도 늘었다. 기업가치 5000억원(공모가 기준) 이상 기업은 리브스메드, 세미파이브, 에임드바이오, 씨엠티엑스, 더핑크퐁컴퍼니 등 5개사로 집계됐다. 5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2021년 7곳 이후 2022년 3곳, 2023년 2곳, 2024년 0곳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늘었다. 공모 시장의 열기도 높아졌다. 2025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28대 1로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모가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결정된 비중도 87%에 달했다.
◇‘A-B-C-D’ 첨단 업종이 주도…AI·바이오·반도체·방산 상장 확대
올해 코스닥 상장 흐름은 첨단 산업 중심으로 더 빠르게 재편됐다. 거래소가 A(AI·인공지능), B(Bio·바이오), C(Chips·반도체), D(Defence·방위산업)로 묶어 집계한 첨단산업 상장사는 2025년 41개사로 전년(32개사) 대비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바이오가 21개사로 가장 많았고, 반도체 9개사, AI 8개사, 방산·우주항공 4개사 순이었다.
AI 분야에서는 와이즈넛, 심플랫폼, 뉴엔AI, 뉴로핏, 에스투더블유, 노타, 아크릴 등이 상장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양엔씨켐, 아이에스티이, 엘케이켐, 엠디바이스, 쎄크, 싸이닉솔루션, 씨엠티엑스, 테라뷰홀딩스, 세미파이브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방산·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삼양컴텍, 그린광학, 비츠로넥스텍,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이 상장했다.
시가총액 1조원 돌파 기업은 바이오 비중이 특히 높았다. 오름테라퓨틱, 알지노믹스, 지투지바이오, 로킷헬스케어, 리브스메드, 프로티나, 이뮨온시아, 인투셀 등 바이오 기업이 대거 포함됐고, 반도체(씨엠티엑스)와 AI(노타)도 ‘1조 클럽’에 합류했다.
◇부실 기업 퇴출도 확대…상폐 38곳, 하반기 소요 기간 261일로 단축
상장폐지 부문에서는 부실 기업 퇴출이 크게 늘었다. 코스닥시장은 2025년 총 38개사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는데, 최근 3년(2022~2024년) 평균 대비 약 2.5배 수준이다. 형식 사유 상장폐지는 15개사, 실질심사 사유 상장폐지는 23개사로 각각 최근 3년 평균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법원 판결(가처분)과 정리 매매 완료 등을 거쳐 최종 상장폐지까지 이른 기업은 올해 20개사로 집계됐다.
퇴출이 늘어난 만큼 절차는 빨라졌다. 실질심사 상장폐지 결정 기업(23개사)의 평균 퇴출 소요 기간(사유 발생~최종 상장폐지 결정)은 384일로 최근 3년 평균(489일)보다 105일 단축됐다. 2025년 하반기에는 평균 퇴출 소요기간이 261일로 상반기(497일) 대비 48% 줄었다.
거래소는 2026년부터 상장폐지 요건(시가총액·매출액)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코스닥의 경우 시가총액 기준은 2026년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높아지며, 매출액 기준도 2027년 50억원,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강화된다. 상장폐지 이후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장외 시장인 K-OTC를 통한 거래 지원을 병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