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을 딛고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자, 국내 증시에서는 차익 실현이, 홍콩 증시에서는 레버리지 매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고점 부담 속에서도 상승 흐름에 베팅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현물 대신 수익률 확대가 가능한 레버리지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으로 모이는 삼전·하닉 개미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한 주(12월 18~24일)간 홍콩 증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XL2CSOPHYNIXSK’로,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이 기간 해당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 순매수액은 277만달러(약 40억1733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XL2CSOPSMSN’도 국내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6위에 오르며 85만 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최근 반도체 업종 주가 반등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한 주간 삼성전자 주가는 3.2%, SK하이닉스는 6.5% 상승했다. 지난 10일 오라클 실적 발표 이후 제기됐던 AI 버블 우려가 진정되며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고점 부담에 현물 정리…환율 얹은 홍콩 레버리지 선택
다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 주식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를 2조378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 순매도 상위 1·2위 종목이 각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 집계됐다.
이미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국내 현물 주식에 대한 고점 부담이 커지면서, 전고점 부근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고 같은 자금으로 수익률을 더 키울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11만500원으로 마감하며 35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11만전자’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전고점인 62만원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주가가 58만원대까지 회복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투자자 손익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삼성전자의 손실 투자자 비율은 0%, SK하이닉스는 11.6%로 집계됐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해외 상장 ETF를 통해 환차익까지 함께 노리려는 자금 이동도 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더라도 홍콩에 상장된 레버리지 상품은 적은 자금으로 수익률을 확대할 수 있고,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율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밸류에이션 여전히 매력...비중 확대 권고”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두 기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5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4만2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상향했고, 하나증권도 17일 같은 수준으로 상향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 HBM 출하량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할 것”이라며 “HBM4 비중이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각각 99.8%, 214.6%로, 마이크론이나 대만 난야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며 “국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매력적인 만큼 이를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