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팬에게 ‘낭만 구단주’로 불린다. 김 회장은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략적인 운영에도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화그룹의 프로 스포츠단인 한화이글스와 한화생명e스포츠가 둘 다 준우승을 기록하고, 김 회장이 스토브리그에 적극 투자한다는 이 같은 기사가 나오자 한 팬이 말했다. “아빠, 잘 부탁드립니다!”
#2. “기아자동차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유럽 리그인 ‘LEC’, 한국 리그(LCK)의 ‘디플러스 기아’, 미국 리그 팀인 ‘클라우드 9’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이 같이 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자 한 디플러스 기아 팬이 말했다. “주인님! 좋은 선수 많이 사주세요!”
정규 시즌은 선수와 감독의 시간이라면, 스토브리그는 구단주와 단장의 시간이다. 평소엔 잘 들어보지도 않았을 구단주와 단장의 이름이 팬들 사이에서 거론된다. 기업이 거액을 들여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이유가 결국 ‘이미지와 홍보’를 위해서라면 잘한 스토브리그만으로도 절반의 성과는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성공한 스토브리그란, ‘정해진 예산으로 얼마나 많은 우수 인재를 영입하느냐’다. 이는 기업의 인사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젊은 선수나 MZ세대 인재들은 무조건 큰 금액만 제시한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것에 마음이 움직일까. WEEKLY BIZ가 ‘롤 스토브리그로 본 MZ 인재 영입법’을 분석했다.
◇<1> 원하는 동료들과 일하게 하라
첫 번째는 원하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누가 봐도 S급인 직원은 연봉이 높다. 모두를 영입하려면 탁월한 협상 능력이 필요하다. ‘젠지 이스포츠’가 S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방법이다. 흔히 ‘빌 게이츠 사위 만들기’로 불리는 ‘페이퍼딜(서류상 계약)’ 협상법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셔틀 외교법’으로도 불린다.
한 가난한 집안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정해 준 여자와 결혼하렴.” 아들이 싫다고 하자 아버지는 말한다. “그녀는 빌 게이츠 딸이야!” 다음 날, 아버지는 빌 게이츠를 찾아갔다. “당신 딸과 내 아들을 결혼시킵시다.” 빌 게이츠가 “무슨 말이냐”며 화내자, 아버지는 말했다. “제 아들은 스위스 은행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스위스 은행 이사회를 찾아가 자신의 아들을 은행장으로 임명하라고 했다. 이사회가 반발하자 아버지는 “우리 아들은 빌 게이츠 사위”라고 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협상으로 아들은 빌 게이츠 사위이자 스위스 은행장이 됐다는 것이다.
젠지의 선수들은 그동안 다른 팀에서 소년 가장 역할을 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잘하는 선수들과 ‘새 왕조’를 만들고 싶은 니즈가 있다. 젠지는 서로가 서로의 계약 조건이 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모두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2> 왕조의 일원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하라
두 번째는 최고 집단의 소속감이다. 모두가 아는 팀의 일원이라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의 자부심이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업무 능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된 일론 머스크가 낸 무보수, 주 80시간 구인 광고에 많은 인재가 지원서를 낸 것도 마찬가지다.
월즈(롤드컵) 3년 연속 우승의 주인공인 ‘T1’의 스토브리그에서는 우상인 ‘페이커(이상혁)’와 함께 일한다는 영광, T1 소속이라는 자부심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페이즈(김수환) 선수가 3년 계약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3>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라
그러나 모두가 1등 기업, S급 선수와 일할 수는 없다. 그럴 때는 나를 키워줄 곳을 찾는다.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디플러스 기아’가 주인공이었다. 주장인 쇼메이커(허수) 선수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 4명이 평균 나이 19.5세로 모두 신인급이다. 어리지만 높은 가능성으로 인정받던 이들이 ‘디플러스 기아’를 선택한 건 신인 키우기에 최적인 환경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전신인 ‘담원’은 아마추어 리그부터 시작해 월즈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이다. 감독 씨맥(김대호)도 유망주 키우기에 특화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4> 많은 연봉에 감성 한 스푼
마지막은 당연하게도 많은 연봉이다. 많은 예산을 쓰기로 유명한 곳은 한화생명e스포츠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적극적인 지원으로 팬들에게 ‘고마운 도련님’으로 불린다. 그러나 ‘내가 너를 돈으로 산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도 금물이다. 야구 스토브리그에서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놓치는 가장 큰 이유다. 한화생명도 초기 높은 연봉만 불렀을 때는 스토브리그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핵심 선수 영입에 성공했고, 함께할 동료들을 높은 연봉으로 데려왔으며, 선수단 버스와 식당 등 세심한 복지로 어필했다. 결국 인재를 영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