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고환율의 배경 중 하나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를 언급하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왜 해외 투자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쿨하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외 주식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 해외 주식 투자자의 연령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인식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본지가 국내 1·2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11월 말 기준 해외 주식 투자자 구성을 분석한 결과, 해외 주식 투자의 주축은 30·40세대였다. 한국투자증권은 30대가 30.1%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5.6%로 뒤를 이었다. 20대 비율은 17.3%였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40대가 23.3%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22.2%, 20대가 12.6%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포는 전체 인구 구조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11월 말 기준 전체 인구에서 30대는 13.0%, 40대는 14.9%인 반면, 60세 이상은 29.2%에 달한다. 인구 비율이 높은 고령층보다 오히려 소득은 늘었지만 주택 마련과 노후 준비 부담이 동시에 커진 30·40세대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청년들이 오죽하면 해외 투자를 하겠느냐는 데 정서적으로 공감한다”고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 투자는 장기간 국내 주가가 박스권을 움직이는 걸 경험한 세대가 선택한 대안”이라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을 높이지 못하면 서학개미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