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2025년 12월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UPI 연합

미국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가 2026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우주항공 섹터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IT 전문 매체 아스테크니카의 에릭 버거 에디터가 엑스(X)에 ‘스페이스X가 2026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공유하자, 스페이스X 설립자 겸 최대주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언제나 그렇듯 에릭은 정확하다”는 답글을 달며 보도 내용을 사실상 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1조~1조5000억달러(약 1400조~2200조원)로 평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며 미국 소형 발사체 기업 로켓랩(Rocket Lab) 주가도 급등했다. 로켓랩 주가는 지난달 말 42달러선에서 이달 22일 77.55달러까지 80% 넘게 뛰며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기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로켓랩은 2006년 설립 이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빈도로 로켓을 발사하는 우주 기업”이라며 “스페이스X의 유일한 상업적 대안이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서도 ‘스페이스X 테마주’ 동반 급등

국내 증시에서도 ‘스페이스X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핵심 축은 ‘직접 투자’와 ‘공급망(벤더) 연관성’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그룹 관계사들이 스페이스X 유상증자에 약 4000억원을 투자했다는 점이 재부각되며 이달 들어 주가가 136% 넘게 급등했다. 아주IB투자도 미국 법인을 통해 스페이스X 투자를 집행한 이력이 주목받으며 이달 주가가 78% 올랐다.

소재·부품 공급 기대가 반영된 종목들의 상승 폭도 컸다. 첨단 금속을 스페이스X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치브이엠은 129% 뛰었고, 스페이스X에 액상형 방열소재를 납품한 이력이 부각된 나노팀은 86% 급등했다. 세아베스틸지주(83.9%)와 스피어(59.2%)는 우주항공 산업에서 사용되는 특수합금과 관련해 주목받으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 밖에 SMT 장비 업체 와이제이링크(68.1%), 우주 발사체용 소재 공급 이력이 언급되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49.3%), 레이다 안테나 공급 이슈가 거론된 센서뷰(32.7%) 등도 스페이스X 테마주로 묶이며 같은 기간 주가가 급등했다.

◇ “직접 수혜 종목은 한정적일 수도”

다만 ‘테마 편입’과 ‘실적 직접 수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관련 종목들이 기대감을 선반영했지만, 기업가치 상승에 직접 연동되는 구조를 보유한 상장사는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사실상 유일하다”며 “향후 IPO에 진입할 경우 스페이스X의 가치가 동사의 실적에 직접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벤처투자보다 미래에셋증권이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그룹 차원의 스페이스X 총 투자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며 “스페이스X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미래에셋증권 실적에 유의미하게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방위산업 전반으로 온기가 확장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장의 큰 실적 수혜는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스페이스X 상장처럼 섹터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이벤트가 긍정적으로 지속될 경우 방위산업 전반으로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도 “미래 전장에서는 유무인복합체계와 인공지능(AI) 지휘통제 운용이 늘고, 이를 위해 저궤도 위성이 필수”라며 “위성의 방산물자로서 전략적 가치가 커질수록 국내 방산업체의 ‘지상방산+항공우주’ 패키지 공급 역량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IPO 성사 여부와 시기, 밸류에이션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브렛 존슨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주주 서한에서 “2026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IPO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이뤄질지, 시기가 언제일지, 기업가치가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지만, 훌륭히 실행해내고 시장 여건도 맞는다면 상장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